(뉴욕=연합뉴스)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유가가 모처럼 4% 넘게 급등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가 이란에서 암살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여파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18달러(4.26%) 급등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09달러(2.66%) 뛴 배럴당 80.72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유가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팽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밤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됐다. 직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차 이란을 방문해 숙소에서 피살된 것으로 아랍권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란과 하마스는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강력한 보복을 시사한 상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NCND) 있어 군사적 갈등이 더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매체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에서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며 “그들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암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가자전쟁 휴전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니예는 그간 주로 카타르에 머물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왔었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이날 엑스 계정에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 상대를 암살하면 어떻게 중재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며 “절실한 휴전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멀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썼다.
래피단에너지그룹의 클레이 시겔 글로벌 원유서비스 디렉터는 “원유 트레이더들은 지금껏 중동 리스크를 가격에 잘못 반영해왔다”며 “이제 중동은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는 원유 트레이더들의 주의를 끌면서 브렌트유 가격에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니예의 암살이 유가에 계속 상승 동력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PVM어쏘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원유 분석가는 “하니예 암살 사건이 이란 영토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원유 공급 중단의 위험이 커졌고 유가도 랠리를 펼쳤다”면서도 “군사적 갈등의 확대가 해당 지역의 물리적 산유량을 분명히 위협하지 않는 한 충격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한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넣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6일로 끝난 일주일간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43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예상치 160만배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휘발유 재고는 전주 대비 366만배럴 감소해 직전주의 333만배럴 증가에서 크게 돌아섰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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