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기자]금융당국이 이달 중 발표하기로 한 ICO(암호화폐 공개) 실태조사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이번 조사는 ‘보여주기식’ 점검 차원에 불과하며 결과 또한 기대할 만한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ICO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됐다. 금융감독원은 ICO를 진행했거나 준비 중인 회사를 대상으로 총 52개 질의 문항으로 구성된 공문을 보냈다. 질의 문항에는 ▲최대 주주 임직원 현황 ▲ICO 진행 목적 및 진행 방식 ▲프로젝트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후 실태조사 과정부터 발표 연기까지 여러 논란을 빚어왔다. 조사에 참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조사 당시 회신에 대한 강제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질의문항들을 보면 정부가 이 산업을 이해하고 묻는 것 같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IEO·STO 나오는데 아직도 ICO?
특히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이미 ICO가 저물고 IEO, STO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조사 발표는 ‘뒷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김용범 금융위부위원장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지만, 이달로 한차례 미뤘다.
IEO(Initial Exchange Offering·거래소공개)는 기업의 토큰을 거래소가 직접 중개인으로 나서 거래소 회원들에게 해당 토큰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STO(Security Token Offering·증권형 토큰 발행)는 부동산, 채권 등을 토큰과 연동해 주식처럼 배당, 이자, 지분 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ICO 대안 구조는 이번 실태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늬’만 실태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블록체인 기술이나 시장 배경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연구가 의심될 정도로 과도하게 많은 질의가 포함됐다”며 “실제 질의 문항에 답한 이후 담당 정부 관계자가 블록체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적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 또한 “이번 조사는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행정적 의미일 뿐”이라며 “실제 산업을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는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부터 블록체인 업계, “기대감 없다”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낮다. 암호화폐 열풍이 일던 2017년 말 국무조정실 주재로 ‘가상화폐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지만,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 방향성이라도 제시할 만한 정부 규제안이나 가이드라인이 전무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ICO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면 진작 어떤 조치를 발표했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조차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태조사가 긍정적일리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자문 전문가는 “지난해 정부의 블록체인 관련 신규 사업 지원을 받은 긍정 사례를 주변에 본 적 없다”며 “이러한 현황에서 이번 ICO 실태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 또한 이번 실태 조사 내용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번복할 만한 결과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의 기조가 변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보여 블록체인 업계에서 갖는 기대는 별로 없다”며 “더구나 ICO 실태조사의 업체 참여도도 저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의 회의적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실태 조사 결과는 시장에도 ‘무의미’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태 조사가 사소한 절차일 뿐 시장에 악재도 호재도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거버넌스컨센서스위원회(BGCC) 배재광 의장은 “현황 자료 자체는 무의미하다”며 “실태 조사를 통해 향후 규제나 대책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에서 지적될 문제점과 정부의 향후 규제 방향에 대한 발표 여부가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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