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급락하며 9000만원을 반납했다. 상승 재료로 예상됐던 9월 금리인하 신호가 나왔음에도 반전 장세를 보인 것이다. 최대 호재로 꼽히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뉴욕증시로의 자금 이동과 슈퍼 엔저 종결 등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1일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께 8900만원을 기록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발언 이후 9700만원까지 치솟으며 1억원에 가까워졌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온도다.
대장주가 주춤하자 이더리움과 솔라나, 리플 등 최근 강세를 보였던 주요 알트코인들도 잇달아 하락 전환했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 이더리움은 -4.95%, 리플은 -7.15%, 솔라나는 -6.88% 각각 떨어졌다.
시장은 전반적 하락세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1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오는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통상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FOMC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금리 방향성에 따라 투자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가능성에 따라 위험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 시중 유동성은 증가한다. 실제로 지난달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했을 당시 비트코인은 9900만원까지 급등했다.
시장이 기존 논리와 다르게 움직인 배경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흔들린 점이다. 스스로를 ‘비트코인 대통령’으로 칭했던 그의 낙선 시나리오가 시장에 퍼지면서 가상자산 가격도 함께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세를 점하면서다. 30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 등이 7개 경합주에서 온라인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4973명 대상)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애리조나·미시간·네바다·위스콘신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해리스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며 “호재로 꼽히는 트럼프의 당선을 유력하게 봤던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자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흔들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언급돼온 AMD발 기술주 랠리도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결과와 9월 금리인하 변수 등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호실적을 기반으로 강세를 띠는 뉴욕 증시로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AMD가 호실적을 발표했고, 장 종료 후에는 퀄컴과 메타도 호실적을 발표했다”며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자금은 좀 더 확실한 곳으로 간다. 전날 나스닥은 2.6%, S&P 500은 1.6%나 반등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여기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도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슈퍼 엔저’에 대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돼 왔지만, 이번 금리 인상에 따라 보유 명분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일본 상장기업 31곳은 재무제표상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16곳)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닛케이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상장사들의 가상자산 보유 목적은 엔화 평가절하 리스크 헤지와 자금 조달 등이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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