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를 투자 시스템 안착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2년 유예하자, 일각에선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7년 1월로 유예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매매로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1년 동안 1000만원을 벌었다면 750만원에 20%를 곱한 150만원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2년간은 지금처럼 세금이 없다.
이수영 기재부 세제과장은 2일 블록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잘 정착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이번 유예는 내년 1월부터 과세할 준비는 다 마쳤으나 법 시행 초기여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020년 7월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2020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상자산이 정의됐고 과세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같은해 세법을 개정하여 가상자산의 소득세 부과가 결정됐다. 당시 정부는 “해외 주요국의 과세 사례와 주식 등 다른 자산과의 형평을 감안해 과세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후 두 차례 유예됐고, 이번 발표까지 합치면 총 세 번 미뤄진 셈이다.
원래 2022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3년 1월로 유예됐다. 그리고 다시 2025년 1월로 늦춰졌다. 첫 번째는 과세 시행을 약 한 달 남겨 두고, 두 번째는 9일 앞두고 최종적으로 미뤄졌다. 세 번째 유예인 이번까지 포함하면 유예 기간만 총 5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유예 반복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인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소득에만 과세하지 않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이처럼 세금을 거두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복적으로 유예하며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입장은 시스템 정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에 따르면 가상자산도 과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와 투명성 부분 등은 보완이 필요한 측면이 있어서 많은 고심 끝에 2년 유예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또 “해외 은닉 자금을 찾아 과세할 수 있는 역량에 관해선 다자간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도입이 2027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면서 “이같은 이유로 과세 유예 시점을 2년 미뤄 2027년에 맞춘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OECD는 지난해 10월 다자간 가상자산 CARF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CARF가 시행되면 각국 과세관청은 보고가상자산사업자가 보고한 거래정보를 OECD 공통전송시스템으로 보고하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