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주 연속 하락 2,700선 무너져…외국인 자금이탈 가속화
美 제조업지수 부진 이어 실업률 충격…엔캐리 청산·중동사태까지
“추가조정 여지, 상승 탄력 기대 어려워” vs “과도한 우려, 펀더멘털 견조”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기술주 투자심리 약화에도 선방 중인 기업실적에 힘입어 반등하나 싶었으나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중 2,700 중반대에 지지선을 형성하며 본격적인 반등을 시도하던 코스피는 지난 2일 미국 증시의 급락과 함께 4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670선까지 밀려났다.
그럼에도 미국 경기침체 신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고 엔화 절상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공포까지 더해져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증시의 추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미국에 비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수출과 수익 전망 등 펀더멘털이 견조한 만큼 단기 저점을 확인한 뒤 반등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4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55.71포인트(2.03%) 내린 2,676.19로 마감했다.
7월 중순 이후 4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진 결과 지수가 2개월 만에 2,700선을 하향 이탈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지수가 101.49포인트(3.65%) 급락하는 등 주 후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9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듯했으나, 다음날(1일) 공개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예상 밖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위험회피 심리가 유입되면서 뉴욕 증시에 이어 연쇄 폭락했다.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증시에서 경기지표 부진은 더 이상 금리인하 기대의 근거가 아니라 경기침체 공포로 역전된 결과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지난 2일 하루에만 4.21%, 10.40% 폭락했다.
지난주(7월29일~8월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97억원을 순매도해 3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을 2조7천81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하방 압력을 높였다.
기관도 1조1천833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로 전환한 반면 개인은 1조3천859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중동 위기 확산의 수혜 종목인 에너지주를 포함한 전기가스업(1.91%)과 역시 관련 수혜주인 조선업종을 포함한 운수창고(0.97%)가 강세를 보였다. 유통업(0.95%), 통신업(0.30%)도 선방했다.
반면 대형 반도체주를 포함한 전기전자(-2.88%)를 비롯해 기계(-7.91%), 섬유의복(-5.03%) 등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는 779.33으로 전주 대비 18.23포인트(2.28%) 내려 3주 연속 하락했다.
금주는 경기침체 공포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조정장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가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지만 지난 4월에는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확인했음을 고려하면 추가 조정 여지도 있다”며 “국내 증시의 가격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침체 내러티브에서는 상승 탄력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실물 지표들의 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가 심화할 경우 연준의 정책 실기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추가적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된 실업률마저 월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전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2021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시장 예상치(4.1%)를 웃돌았다.
이에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연이틀 급락했고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한 것도 증시 수급에 악재가 되고 있다.
강민석·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급격하게 발생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는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피살되면서 다시 확산 중인 중동 위기 역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위험 요소로서 증시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견조한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반등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은 살아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7월 수출액은 574억9천만달러로 컨센서스(시장 평균전망·18.4%↑)에는 못 미쳤지만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강민석·김형렬 연구원은 “소폭 약화했지만 여전히 상승세인 수출 모멘텀이 증시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2분기 실적 시즌이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약 60% 완료된 상황에서 기업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9% 넘게 상회하는 등 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91% 증가한 자본지출 규모를 밝힌 것을 계기로 AI(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완화하고 관련주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조정장은 미국 중심 랠리가 과도했기 때문”이라며 “미 경기침체 우려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고 한국은 수출 성장을 기반으로 펀더멘털 증가가 이어진 만큼 현재 조정 폭은 과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과하게 유입된 상황으로, 눌려있던 지수에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며 금주 시장이 기술주 반등과 함께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5일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 유로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중국 7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 6일 미국 6월 무역수지, 유로존 6월 소매판매
▲ 7일 중국 7월 수출입, 한국 6월 경상수지
▲ 8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미국 6월 도매판매
▲ 9일 중국 7월 PPI·소비자물가지수(CPI)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