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PMI·고용지수 급락에 공포심리 자극 분석
엔비디아 급락·중동이슈·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영향
“외국인 매물폭탄 영향…코스피 조정폭 과하다” 주장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급락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발 악재에 더해 중동 전쟁 재부각,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등 증시 변수가 남아 있어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현재의 코스피 조정폭이 과하다고 분석하며 코스피 지수 2600 중반에서는 매수로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는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101.49p(3.65%) 하락한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6월 초 이후 올해 처음으로 마감 기준 27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 하락률은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34.20p(4.20%) 폭락한 779.33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된 때문이다. 매월 첫 거래일에 발표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48.8)보다 낮은 46.8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4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하위지수인 고용지수가 43.3로 전달보다 5.9p 급락해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이로 인해 미국 증시 3대 지수인 다우지수(-1.21%)와 S&P500지수(-1.37%), 나스닥지수(-2.30%)가 하락했고 한국 증시도 그 영향을 받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PMI가 46.8로 쇼크를 기록했고, 세부 항목인 고용이 더 쇼크를 내면서 불안을 확산시켰다”며 “매크로상 시장의 색깔이 인플레이션 민감 장세에서 경기 민감 장세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현재와 같은 정책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시기에 경기 침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시장에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반도체주에 대해 보수적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한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 반도체주는 엔비디아 급등, 메타 2025년 설비투자(CAPEX) 상향 언급 등이 추가 강세 요인이 되지 못하고 차익실현의 빌미로 작용해 상승폭을 반납했다”며 “지난 1일 인텔, 아마존의 시간외 급락세가 반도체 이익 증가율 피크아웃 우려를 재점화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7월 반도체 약세 요인 중 엔화의 급격한 강세로 인한 일본 테크주의 급격한 조정과 업사이클 종료 우려 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접근 필요하다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 가속화 가능성도 언급됐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지난 2일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2일 코스피에서 8432억원 어치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김석환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진 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를 가속화시킬 가능성 높다”며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 상방 변동성 확대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외에 중동 전쟁 리스크 재부각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제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전쟁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유가가 현 수준에서 급격히 높아질 경우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코스피 조정폭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의 조정장세는 미국 중심의 랠리가 과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보탰다. 나스닥은 지난 달 10일까지 연초 대비 22% 상승 후 현지시간 2일 기준 낙폭 8%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코스피는 같은 기간 9% 상승 후 7%대의 하락을 기록하며 지난해 종가인 2655선 부근까지 후퇴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의 위험자산 회피로 인한 이탈로 과격한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고, 한국은 수출 성장을 기반으로 선행 주당순수익(EPS) 상승 등 펀더멘털 증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코스피의 현재 조정폭은 과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내외의 낙폭을 예상한다”며 “이를 가정하면 2600선 수준이며, 2600선 중반부터는 매수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5일) ▲슈퍼마이크로컴퓨터·캐터필러·우버·글로벌 파운드리(6일) ▲월트 디즈니(7일) ▲일라이 릴리(8일)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은 ▲NAVER·한국투자금융지주·SK케미칼(5일) ▲SK텔레콤·카카오페이·아모레퍼시픽·엘앤에프·위메이드(6일) ▲KT·하이브·CJ대한통운(7일) ▲카카오·롯데케미칼·미래에셋증권·넷마블(8일) 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2700~2830포인트로 제시했다. 지수 상승요인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빅테크 기업의 자본 지출 확대를 꼽았다. 하락 요인으로는 빅테크 기업의 AI 수익화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시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