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8월 금리인하설’ 제기…한은 안팎에선 ‘신중론’ 지배적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돌발 변수로 떠오르면서 국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동시에 한국은행의 ‘8월 금리인하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최근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은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 결정을 제약하는 걸림돌로 거론된다.
◇ 한은 ‘8월 인하설’ 고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직면한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기존 전망을 수정하고 나섰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6일 “미국이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기고 그 폭도 확대해야 할 상황”이라며 “9월 0.50%p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내 최소 1.0%p 인하를 기정사실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는 해외 시장의 최신 트렌드와 궤를 같이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빅컷 확률을 89.5%로 반영했다.
한은의 8월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그 연장선이다.
안 연구위원은 “한은의 8월 금리 인하 개시와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한다”며 “내년 상반기 2%대 금리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빅컷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더라도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전망을 확대 수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연준이 예상하지 못한 정도로 높았다”며 연준이 9월과 11월, 12월에 금리를 각 0.25%p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인하 전망을 추가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9월과 12월 각 0.25%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더해 11월 0.25%p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한은의 경우 부동산 시장을 중요한 변수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8월에도 여전히 매파적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하루 이틀 만의 시장 공포 때문에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인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이 두려움에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며 “미국 경제가 정말 침체로 가는지에 대한 판단은 지금 당장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신중한 한은 “예의 주시”
금융당국이 전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소집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 반면, 한은은 내부적으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도 바깥으로 별다른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다.
일시적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큰 틀의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할 변수는 아니라고 판단한 가운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의 폭락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로 전해졌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피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은 단기적인 투자 심리 위축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나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집값 상승과 맞물려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는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서두르기 부담스러워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7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주보다 0.28% 상승해 19주 연속으로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천383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1천660억원이 불어 2021년 4월(+9조2천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기록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며칠 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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