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임소현 기자]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국내 증권시장을 흔들었다. 정부가 ‘이례적 해외발 충격’으로 평가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내수 부진 속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나마 회복세에 들어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6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폭락 하루 만에 급반등하자 양 시장에서 동시에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전날(5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한 뒤 하루 만에 시장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수석 등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주 후반 미국 7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주요 빅테크 기업 실적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며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우리 경제에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 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지역 불안 재부각 등도 중첩된 급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말 이후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과거 급락 시에는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됐던 반면 이번 조정은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되면서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고 정부·한은이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이에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하면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발 충격이 일시적이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인데, 문제는 미국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다. 우리 경기가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과정에 들어선 만큼 미국 경기상황이 직격탄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복세에 들어선 수출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의 50%를 차지했던 반도체, 자동차 등 대부분이 미국 시장과 관계가 많아서 계획상 우리 하반기 수출 전망이 좋았다”며 “하지만 미국 실물 경제가 정말 안 좋아진 것이고, 이 부분이 확인될 경우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고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 인공지능(AI), 컴퓨터 등 수요 감소로 즉각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미 증시 강세를 견인해온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식 폭락 등으로도 설명된다.
미국 실물 경제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이 감소하면 내수 침체 상황인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계획대로 달성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기업 실적 감소로 이어져 세수도 줄어드는 연쇄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장의 문제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빠듯한 재정당국 입장에서 이렇다 할 대비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세수 문제로 정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인데 세수가 더 줄어든다면 우리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정부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소비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자 추가 유동성 공급 검토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이정희 교수는 “재정 수입 문제의 경우 경기가 안 좋으면 줄어들 수 있는데 현재 세금 감면이라든지 각종 제도나 조치를 계속 고집지 등 컨틴전시 플랜을 짜야할 것”이라며 “세수 문제가 심각해지면 현재 짜둔 예산대로 집행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가 지원해줘야할 피해 상황이 많아져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수가 줄어드는 게 정부의 고민”이라며 “경제 성장 등과 다 연관 돼 있어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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