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를 매수하려는 은행 고객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금통장(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누적 계좌 수는 지난달 말 26만106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5만945개에서 올해 들어 1만개 넘게 늘었다.
이 기간 판매 중량은 5986㎏에서 5782㎏으로 3.4% 감소했다. 금값이 뛰면서 잔액은 5177억원에서 6197억원으로 20% 가까이 증가했다.
한 은행을 보면 이달 들어 5일까지 계좌수와 판매 중량, 잔액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불안이 확대되면서 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575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531억1900만 달러에서 한 달 새 8.4%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29억2800만 달러 대비 8.5% 빠졌다. 은행 달러예금은 올 상반기 강달러 고환율 환경에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가 하반기 들어 다시 매수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최근 출렁이는 금융시장에는 미국의 경제 부진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강도에 대한 전망, 엔화 강세와 엔캐리 청산 가능성,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의 무력 충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 부진은 각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시장의 공포를 높였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4.3% 상승해 기대를 웃돌며 경기 균열이 감지됐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엔화의 초강세에 따른 ‘엔캐리’ 청산 여부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본은행(BOJ)의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일본인 투자자들은 저렴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했지만, 엔화값 상승에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하마스 지도자의 암살에 대한 보복에 이스라엘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사이드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신윤정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지지해온 건 내수인데 가계의 신용 부담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악화된 고용 환경은 지출을 제한하면서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할 것”이라며 “연착륙 기대감 전환이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해주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9월 금리 인하 전까지 대내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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