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우호 기자] 정부·여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라는 감세 공세를 펼치며 내부선 ‘정책 주도권’ 잡기에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도·수도권·청년이라는 이른바 ‘중수청’을 강조한 한동훈 체제 감세 정책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내부 판단과 함께 ‘감세 이슈’는 다음 대선까지 떠오를 수 있는 정책이란 점에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주식 시장이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것과 관련 “이번에야말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 초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 협의’에 참석해 “이번 폭락 때문에라도 ‘금투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증시가 여러 가지로 불안한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이렇게 큰 주가 하락의 모멘텀을 만들 금투세를 강행하면 우리가 일부러 퍼펙트 스톰(복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직면하게 되는 초대형 경제위기)을 만들어가는 상황이 될 거라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바뀌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 우리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전향적이고 초당적인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통화에서 “우리 정당의 정체성에도 부합하지만 경제학적으로도 현재 금투세는 폐지되고,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위해서라도 코인과세는 유예 되는 것이 맞다”면서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중도층과 청년층에 상당한 지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꿈꾸는 이재명 전 대표가 왜 감세 정책을 내놓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현재 시점에선 금투세는 폐지하는 게 맞는 정책인데 민주당이 억지 부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우(右)클릭’하는 이재명, 중도확장 시동 걸며 대선 로드맵…금투세 폐지, 코인 과세 등 표계산 분주
증시 폭락 사태가 불거지며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어,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도 ‘종합부동산세 재검토’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를 들고나오며, 이 후보가 ‘우(右)클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이같은 ‘감세 정책’에 힘을 보태기도 하지만 민주당의 정체성을 건드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이 후보의 ‘우클릭’ 중도 외연 확장 노림수에 친명(친이재명)계도 세제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내 연구단체 ‘중산층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조세·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 연구회’는 지난 달 첫 세미나를 열어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종부세와 금투세에 이어 ‘상속세 완화’까지 감세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2배로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당은 좌우를 떠나서 서민 입장에서 정책을 내놓는 게 최우선이며 당의 정체성이다”이라면서도 “다만 문제가 되고 논의할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 논의하는 게 민주당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의 대항마로 도전장을 낸 김두관 민주당 대표 후보는 KBS 라디오에 나와 “종부세와 금투세, 세제와 관련해서 우리 당이 지켜온 나름대로의 원칙”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중도층을 외연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대표 후보가 기자회견 하기에는 당내 여러 가지 견해들이 다양하게 있고, 당원들과 충분하게 토론하고 정책위 단위에서 충분히 검증한 다음에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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