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미국 달러화 약세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속 전망에 따라 아시아 통화는 5일(현지시간) 미 달러화 대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전날 91.6을 넘어서며 3월 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가, 6일 오후엔 소폭 하락해서 91.3을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 싱가포르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대만 달러, 태국 밧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9개 통화 대비 달러 가격을 보여준다.
링깃화는 전날 2.3% 오르며 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위안화와 루피아화도 강세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통화가치 약세는 중국과 한국 등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은 물가 상승 압박이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데도 이 문제로 인해서 중앙은행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동안 미국 기준 금리가 높다 보니 글로벌 펀드가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연준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상황이 아시아에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금리 전략가 프랜시스 청은 “국내 거시 경제 여건이 받쳐준다면 미국 달러 약세와 저금리로 인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에 나설 여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가 앞으로 몇 달 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달러 약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초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린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반전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이번 주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타마라 마스트 헨데르손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아시아 통화들이 버티고 있는데 이것이 유지되면 다음 주 필리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상당하고 그 다음주엔 인도네시아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에 가격이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다음 주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불과 5월까지도 금리인상을 고려했고 내년 하반기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DBS 그룹 홀딩스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필요할 경우 국내 목표를 향해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더 많이 갖고 있다”며 “지난해 제약을 받은 일부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인도에서 최근 물가 지표가 고개를 드는 등 아직은 여건이 다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금리인하 가능성이 작아졌음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필리핀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5월에 이미 이달 금리인하에 관한 신호를 줬다.
또 금융시장이 계속 흔들리거나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협이 고조된다면 안전 자산으로서 달러의 전통적 지위가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느슨한 재정 정책과 높은 관세로 달러나 비트코인 투자가 수혜를 입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런던의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르드의 신흥시장 거시 전략 담당 이사인 존 해리슨은 “아시아 국가들이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서야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호주는 이날 기준금리를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동결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에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정책은 충분히 제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달러화는 전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로 하락했다가 이날 소폭 상승했다.
호주 달러화는 저렴한 엔화를 빌려서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과정에 많이 쓰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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