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출 호조세에 6월 경상수지가 122억6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역대 3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 달러로 한국은행의 전망치 279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세 지속과 본원소득수지의 양호한 흐름에 하반기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 경기와 AI(인공지능) 관련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봤다.
한은이 7일 발표한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7년 9월 기록한 123억4000만 달러 이후 최대로 역대 3번째 기록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4월 적자(13억7000만 달러)로 기록했지만 6월(23억 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지난 3월까지 플러스를 기록했다. 그러다 4월에는 해외 배당 지급에 2억8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가 5월 다시 89억2000만 달러로 반등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377억3000만 달러를 보였다. 이는 5월 수정경제전망을 크게 넘는 수치다. 당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60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79억 달러와 321억 달러를 예상한 바 있다.
◆반도체·스마트폰 수출 호조…상품수지 역대 9번째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14억7000만 달러로 15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역대 9번째 기록이다. 5월(87억5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2020년 9월(120억2000만 달러) 이후 최대 흑자기도 하다.
수출이 588억2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8.7% 증가했다. 9개월 연속 오름세다. 철강제품은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의 증가세는 지속됐다. 지역별로는 EU(유럽연합) 수출은 감소세가 지속됐고, 동남아와 미국, 중국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수입은 473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5.7% 감소했다. 통관기준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 모두 감소 폭이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AI 관련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면서도 “수입은 내수 회복 지연에 승용차를 중심으로 상품 수입 감소 폭은 확대됐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 이연과 항공기 수입 지연 영향도 있다”고 봤다.
이어 “6월에는 지난해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승용차가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하면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 등 특수성도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제조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재개하지만 원자재 가격 안정은 다시 기저효과로 작용하며 수입 감소세는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다”고 했다.
◆서비스수지 26개월째 ‘적자’…본원소득은 두달째 ‘흑자’
6월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 달러 적자로 26개월 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5월 기록한 12억9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9억 달러 적자로 직전달(8억60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됐다. 반면 운송수지는 5억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두달 째 플러스를 이어갔다. 배당소득수지는 23억4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이자소득은 4억8000만 달러를 흑자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2억8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문혜정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면서 “여행수지는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되는데 그쳤고, 운송수지는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면서 흑자 전환을 하며 경상수지를 높이는데 일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하반기 흑자지만…미·일·중동 불확실성 높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흑자 폭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봤다. 긍정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세 지속과 본원 소득수지의 양호한 흐름을 꼽았다. 다만, 미국의 경기과 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의 금리정책, 지정학적 리스크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봤다.
송 부장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7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6월에 비해 다소 축소됐고, 미국 경기, AI 투자,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과 미국 대선, 중동 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고용 지표 등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고, AI 산업에 대한 수익성 둔화 우려가 있지만, 고용 및 제조업 관련 일부 지표만으로 경기 침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영향은 주식시장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여행수지에 대해서도 각국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엔화가 강세 흐름으로 전환됐다”면서 “비용 측면에서는 엔저에 따라 활성됐던 일본 여행 수요가 약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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