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슈퍼 엔저’가 막을 내리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TLT)’를 지난 달 4377만달러(약 602억원)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 ETF는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게 된다.
일본 엔화가 오르는 상황에서 엔노출 미국 장기채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 달부터 전날까지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와 각각 73억원, 40억원 어치 사들였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올해 3월 상장 이후 개인 순매수 누적액이 450억원에 달한다.
두 ETF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15.99%, 15.71%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6조엔에 달하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은행(BOJ)이 지난 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하자 엔화 강세 흐름을 따라가는 상품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강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42엔대 전반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엔화 강세 수준이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기록적인 폭락을 하면서 엔화 매입을 부추겼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엔화 강세와 더불어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며 미국 장기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했다”면서 “엔화 강세와 미 장기금리 하락의 조합은 지난 2년여 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됐던 ‘엔 노출 미국채 ETF’의 반등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추가로 출회되고. 미 국채 금리 하락세가 연장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이들 ETF들을 활용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BOJ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첫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두 주요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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