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이번 주 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형기술주를 중심으로 폭락장세가 나타나자 그동안 아시아 시장을 견인해온 인공지능(AI) 랠리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몇 달간 AI 투자 열풍이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이들 산업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등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 제조 3개 사의 시장 가치는 현재 1조2천억 달러(약 1천637조 원)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의 3천12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이들 3개 사의 비중은 2007년 말 4%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거의 15%로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 컨센서스를 낮춘 데 비해 이들 기업의 수익 추정치는 상향 조정해 눈길을 끌었다.
모건스탠리는 장기화된 반도체산업의 하락기에도 고품질과 함께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TSMC를 다시 최선호주(톱픽)로 추천했다.
실제로 TSMC와 삼성전자 모두 2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견조한 실적을 공개했으며, 특히 TSMC의 실적 가이던스가 매우 긍정적인 점을 들어 최첨단 반도체 칩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이들 3사가 내년에 26∼55%의 이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이익 성장률은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으나 지난 20년 동안 기록한 최대 하락 폭에 비하면 낙폭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닷컴 버블 붕괴 당시에는 무려 80%나 하락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하락 이후 이들 주가가 싸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매력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익 컨센서스가 상승한 데 비해 주가는 하락함에 따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한 이들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10년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이들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헤지(위험회피) 포지션을 취하는 등 시장의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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