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자신감이 반등장 이끌어
비트코인, 폭락 이후 4일만에 하락분 만회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미국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에 코인 시총이 427조원 날라간 ‘블랙 먼데이’에도 불구하고 기관 및 고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매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매수세가 블랙 먼데이 이후 반등장을 빠르게 이끌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비롯해 모든 위험자산이 폭락한 지난 5일 비트코인을 1000개~1만개 보유한 가상자산 지갑이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지갑의 소유주들을 ‘큰손’으로 부른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 온 고래 투자자나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 가상자산 펀드 등과 같은 대형 업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시장에 신규 진입한 기관 투자자 등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기업 팔콘엑스(FalconX)는 지난 7일 X를 통해 “기관이 약세장에서 저가 매수(buy the dip) 중”이라며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벤처펀드 등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6일(현지시간)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지난 2022년 FTX 파산 사태 이후 최대 변동성을 보이며 흔들렸음에도 이들이 공격적으로 물량을 빨아들인 것은 낙관적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경감)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 계약의 누적 미결제약정과 선물 계약 건수의 기울기를 비교하는 지표를 살펴봤을 때, 기관 투자자들은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악재로 꼽혔던 마운트곡스와 제네시스 상환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미국 대선 주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이 낙관론 근거로 꼽힌다.
FTX발(發) 수급 호재도 기관 투자자들에게 기대 요소로 작용했다. FTX는 투자금 상환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자산을 이미 대부분 매각한 상황이다. 채권자들은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 132억달러(18조원)의 현금을 상환받게 된다.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재유입될 경우 수급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JP모건은 “마운트곡스와 제네시스 파산에 따른 자금 청산이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은 기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FTX가 현금으로 상환하는 투자자 자금이 올해 말 가상자산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기관 투자자 전망에 긍정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큰손들의 자신감이 최근 반등을 빠르게 견인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 5일 이후 4일만에 주간 하락분을 모두 만회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빠르고 강렬했던 하락장 속에서도 기관과 고래들은 비트코인 매집을 이어갔다”며 “이는 블랙 먼데이 이후 비트코인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축적 단계에 들어갔다고 해서 당장 비트코인 급등이 확실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입지가 약해져 가고 미국 양당이 가상자산 업계에 구애하고 있는 점에 따라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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