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블록미디어 James Jung 특파원] 알렌 책(Allen Chak)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습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뉴욕 컬럼비아 대학 교내에서 열린 SBC’ 24(The Science of Blockchain Conference 2024)에 참가하려구요.
알렌은 인공지능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게임 개발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동 창업자이고, 텐센트에서 200만 달러 시드 투자도 받았습니다.
알렌은 “SBC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목표” 라며 메인 행사 외에 사이드 이벤트 목록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맨해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흘 동안 맨해튼 구석구석에서 벌어진 ‘기술 축제’ 현장을 돌아다녔습니다.
# 대학이 중심인 행사, SBC
이번 SBC’ 24 행사는 IC3, 스탠포드 블록체인 연구 센터, US 버클리 책임 탈중앙 지능 연구소 등이 주최했습니다. 과학으로써의 블록체인, 탈중앙,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단체 및 대학들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동부 명문 컬럼비아 대학 교내의 알프레드 러너 홀을 메인 행사장으로 삼았습니다.
수 십 개의 사이드 이벤트들이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지난 주 내내 밤낮으로 열렸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과학자, 창업가, 투자자 등이 모여들었죠.
동부와 서부의 주요 대학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블록체인을 과학 기술, 컴퓨터 사이언스와 정보 처리 프로세스로 보고 심도 있게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올해 발표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 기술을 다룬 논문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AI와 결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알렌 역시 두 기술의 결합에 동의했습니다. 그가 만들고 있는 게임 플랫폼의 기본 아이디어는 “게이머가 생성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이용해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자” 입니다. 웹3 데이터 주권 개념이 들어가는 거죠.
# 비즈니스 기회
학자들의 논문 발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번 행사의 스폰서 명단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프로젝트, 투자사 등이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학 혹은 대학 구성원이 만든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대학 연구소 소속이면서, 교수이면서, 스타트업 CEO 인 참가자들을 여럿 봤습니다.
서틱이 주최한 행사장에서 만난 총 리(Chong Li) 박사도 컬럼비아 대학 전자 엔지니어링 겸임 교수이면서 데이터 분산 처리 회사의 창업자입니다.
리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결합해 응용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리 박사는 나사(NASA)가 화성 탐사선을 제어할 때에도 AI 기술로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리 박사의 설명을 15%도 이해하지 못했는데요. 발표가 끝난 후 다른 사업적 응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리 박사는 두바이 소재 업체와 협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유럽 내의 경주마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리 박사의 회사가 그 데이터를 AI로 분석 중입니다. 경마에서 우승 확률을 계산하는 프로젝트죠. 스포츠 베팅 사업에 활용하는 겁니다.
이런 사업이 블록체인과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 블록체인과 AI 기술의 필연적 결합
스탠포드, US 버클리, 그리고 컬럼비아. 컬럼비아 대학은 장소를 임대해준 것이고, 주최자는 아닙니다. 대학 교정에서 행사가 열렸으니, 컬럼비아 대학 구성원들이 많이 참여했겠죠.
또 다른 동부 명문 예일대 졸업생들도 별도의 밋업을 개최한다고 해서 그곳을 찾았습니다. 예일대를 나와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 스타트업, 벤처 투자 업계로 진출한 동문들이 중심이 된 밋업입니다.
맨해튼의 중심 5번가에 위치한 카페 전체를 빌려서 하루 종일 주제 발표, 토론, 네트워킹, 그리고 파티로 이어지는 밋업이었습니다. 이날 맨해튼에는 호우 경보가 내렸습니다. 허리케인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행사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다른 쪽에서는 진지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는데요.
예일대 출신 VC 투자자가 정리한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 예시입니다.
1. 탈중앙 컴퓨터
2. 탈중앙 AI 훈련에 활용
3. 탈중앙 AI 추론
4. 탈중앙 AI 벤치마킹
5. 탈중앙 데이터 라벨링
세세한 기술적인 내용은 역시 15% 정도 밖에 못 알아들었는데요. 이 밋업을 같이 본 알렌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AI는 스타트업에게 너무 비싼 기술이다. GPU 값을 감당할 수 없다. AI가 어떻게 추론을 하고 정리를 하는지 블랙박스다. 아무도 모른다. 밖에서는 검증도 못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이 전 과정을 기록하고 검증해야 한다.”
알렌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 플랫폼은 어떻게 작동하는 겁니까?”
“게이머가 데이타를 제공하고, 그 데이터는 AI 모델 개발과 개선에 쓰인다. 데이터는 사용자 것이다. 챗GPT를 쓰면서 우리는 돈까지 낸다. 내 데이터로 챗GPT는 더 좋은 AI를 만들고 있다. AI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웹3 기술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알렌은 게이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거버넌스 코인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알렌은 홍콩 출신인데요.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나왔고, 미국으로 옮겨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직장을 잡았습니다.
게임 회사였죠. 게임 일을 하면서 블록체인과 AI가 필요하다고 느꼈답니다. 알렌의 청소년기는 게임의, 게임에 의한, 게임을 위한 시간들이었다고 합니다.
“메이플스토리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결국 게임으로 밥을 먹고 살게 됐죠.”
알렌은 한국의 게임 회사들과 협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 뉴욕은 파티의 도시…미래의 샘 올트먼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교수, 학생, 사업가, 투자자들이 일만 한 것은 아닙니다. 뉴욕은 파티의 도시니까요. 저녁 시간에는 네트워킹 파티가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수 백 명의 개발자, 창업가들이 파티장에 모여들였습니다. 이중에 샘 올트먼 같은 걸출한 인물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블록미디어가 인터뷰로 소개한 스토리 프로토콜이 주최한 네트워킹 파티에 갔습니다. 컬럼비아 대학 근처 바의 절반을 빌렸더군요. 음료, 맥주, 칵텍일, 각종 음식이 무제한으로 나왔습니다.
스토리 프로토콜을 비롯해 니어(Near), 하이퍼볼릭, 폰드, 제타블록 등이 함께 만든 자리였습니다.
오후 6시부터 바의 문이 열렸는데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텔레그램 ID를 교환하고, 관심 있는 사업 얘기를 하면서 음성과 음악이 뒤섞인 거대한 음파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옆 사람과 얘기를 할 때도 목소리 옥타브를 올려야 했습니다.
맨해튼 일대의 카페, 바, 식당에서는 자정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킹 파티들이 열렸습니다.
아카데믹한 호기심과 비즈니스와 놀이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맨해튼에서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맨해튼의 청춘들은 미래와 혁신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 크리스 딕슨,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 전체를 혁신할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최고 실력자 중 하나인 a16z가 행사장에 나타났습니다. 제너럴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정책 및 규제에 대해 대담을 가졌습니다.
딕슨은 이번 행사가 열린 컬럼비아 대학 졸업생입니다. 철학을 전공했구요.
딕슨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금융 분야를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산업, 경제 등 사회 전반을 바꿀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이 그러했듯이 말이죠.
딕슨의 대담을 한 시간 가량 들었습니다. 무대를 내려오는 그를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죠. 블록체인 규제가 테마였으니, 당연히 트럼프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대담에서는 한 마디도 안 하더군요.
“a16z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인가요?”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딕슨이 제 스마트폰 녹음기를 보더군요. 딕슨은 신중한 사람이었습니다.
a16z는 실리콘 밸리를 쥐락펴락하는 벤처캐피탈입니다. 이 회사의 창립자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위츠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큰 규모의 선거 자금도 냈구요. 당연히 a16z가 트럼프 편이라는 뜻이죠.
“마크와 벤이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겁니다. 회사는 정치적으로는 중립이에요.”
a16z가 공식적으로 얘기한 그대로를 반복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과 창업자의 행동이 주는 괴리감을 좁힐 수는 없었습니다.
딕슨은 트럼프의 친 암호화폐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직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규제 명확성입니다. 기업들이 무엇을 만들 수 있고,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 집중할 수 있죠.”
맨해튼 파티장에 모인 청춘들은 혁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딕슨은 그들을 위해 정책 당국이 해야할 것들을 얘기합니다.
딕슨과 같은 기득권자들은 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돈과 권력으로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변혁을 담아내는 규제” 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맨해튼의 밤은 순수하게 뜨거웠고, 현실적으로는 차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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