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용윤신 임하은 기자 = 지난 5일 혼란에 빠졌던 증시가 상승 전환하며 우리 경제는 당장 위기에서는 벗어난 모습이지만, 미국의 경기 하강이 수출 중심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지는 못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재정여력도 충분치 않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우리 경제 외환·자금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7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부각, 주요 빅테크 기업 실적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 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지역 불안 재부각 등이 중첩되면서 큰 폭의 하락을 겪었던 증시는 나흘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9일 코스피는 5일 폭락장 대비 일정부분 회복해 2600선을 아래까지 올라왔다. 코스닥지수도 코스닥은 장중 3% 넘게 뛰어 760선까지 오르기도 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도 크게 내렸다. 같은 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전일 오후 3시30분 종가에 비해 12.6원 하락한 1364.6원으로 장을 마쳤다. 1360원대 환율은 이달 3일 오전 2시 종가(1361.5원) 이후 처음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고용데이터는 7월 고용보고서로 촉발된 경기 침체 우려를 다소 완화시킨 영향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 명으로 예상치인 24만명 및 전주치(25만명)을 모두 하회했다.
이번 ‘블랙먼데이 사태’는 과거 위기 때와 달리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을 동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 하강국면 진입으로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또한 휘청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무너질 경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미국 경제가 아무래도 내려가는 방향이니 대미(對美) 수출이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올해도 세수 펑크가 확실시 되는 등 재정 여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6월 누계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0조원 감소했다. 6월 누계 법인세는 전년 대비 16조1000억원 줄어든 3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감률로 따지면 전년보다 34.4%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침체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이달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 물가 상승률이 2%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통화정책 시차가 1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내수가 지나치게 침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기업부채는 세계에서 높은 수준이고, 정부 부채는 세계에서 제일 낮은 수준에 속한다”며 “지원을 받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집중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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