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연방준비제도는 입수되는 데이터와 리스크 간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잭슨홀 미팅을 통해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발간한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의 일부분입니다.
대체 잭슨홀 미팅이 무엇이길래 그럴까요. 잭슨홀 미팅은 미국의 연방은행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와이오밍주의 시골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이달 22~24일 열립니다.
매년 참석자 수는 150명 안팎으로 이름값에 비해서는 소박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 등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금리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흔치 않은 자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수장들은 정책 시나리오를 가다듬기도 하고, 기존 정책을 뒤엎기도 하죠.
잭슨홀 미팅은 그동안 연준 인사들이 주요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활용해 왔습니다. 1998년에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정책을 밝혔고, 파월 의장은 2022년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는 매파 발언을 내놔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다만 지난해 파월은 “필요시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됐다”는 언급으로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의 발언을 내놨죠. 당시 시장에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등장하고, 이후 연준의 금리 변화는 없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잭슨홀 미팅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 수장이 며칠간 한자리에 모여 시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행사”라면서 “경제학 권위자끼리 모이는데 다 잭슨홀은 시골 휴양지라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아 다들 통화정책 얘기만 한다더라”고 귀뜸합니다.
최근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잭슨홀 미팅이 부쩍 더 도마 위에 오르는건 아수라장인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때문입니다. 각국의 피벗 전망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죠. 미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에 ”R(Recession)’의 공포가 확산하며 “경제 부진이 맞다”, “아니다” 의견이 갈리고, 7월 동결 결정이 연준의 실수라는 비난까지 등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도 들쑥날쑥 합니다. 바클레이즈와 BOA, 웰스파고는 연내 50bp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씨티와 JP모건은 무려 125bp 인하를 전망합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노무라, 도이치뱅크 등은 75bp 인하를 예측하죠.
그런가 하면 일본의 긴축 전망이 짙어지자 곧바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불거지며 엔화가 치솟고 증시가 발작합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가 “금융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는 일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지만 시장은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잭슨홀 미팅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9월에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서느냐, 향후 금리를 얼마까지 내리느냐에 대한 예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를 긴장시킨 일본은행의 향후 긴축 속도와 강도도 잭슨홀 미팅 이후 윤곽이 잡힐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은에게도 매우 중요한 행사입니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에 들어서고, 정치권에서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내수 부진 우려에 연일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치솟는 집값이 문제죠. ‘부동산 급등의 원흉’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금리 역전차와 일본의 금리 결정에 묶여 있습니다.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의 입에 따라 환율과 증시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은도 금리 인하 시점과 강도에 대한 결심이 굳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은에서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 신성환 금통위원이 참석합니다. 이창용 총재는 2022년에는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경제 및 정책 제약조건에 대한 재평가’ 주제의 일부 세션에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조윤제 전 위원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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