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대 물가상승률 중간값 2.3%로 2013년 6월 이후 최저
중산층 이하 현금성 자산 부족…내년 빚 연체 가능성 13.3%로 올라
명목물가 낮아졌으나 생필품값 매우 높아…경기침체 전망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이제 소비지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경우 코로나 사태 당시 모아놓은 돈이 다 떨어져 피부로 느끼는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중기 기대 물가상승률은 뚝 떨어졌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7월 소비자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3년 기대 물가상승률 중간값은 2.3%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월 2.9%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1년 기대 물가상승률과 5년 기대 물가상승률은 각각 3.0%와 2.8%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년 넘게 고물가와 싸우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률 기대치가 크게 높아질 경우 소비자나 기업의 소비지출 양상이 바뀔 수 있고 이는 다시 물가를 통제하기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기간의 물가상승률 기대치를 추적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 가구가 내년에 부채 상환을 제때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부채 상환을 못 할 가능성은 평균 13.3%로 6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계층 별로는 연간 소득 5만 달러 미만, 학력으로는 고졸미만 가구에서 연체 가능성이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연은 조사에서도 중산층 이하 소비지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지난 팬데믹 충격이 시작된 2020년부터 2021년 초까지 저축이나, 당좌예금, 펀드 등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점차 줄어 현재 현금성 자산은 코로나 사태가 없었을 것을 가정한 경우보다 약 2% 정도 적게 형성돼 있다.
이에 비해 나머지 80% 가구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덜 증가한 데다 이후 고갈은 빨리 돼 코로나가 없었을 때보다 13% 낮은 수준이다.
고소득층은 코로나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중산층 이하는 꽤 많이 받은 셈이다.
이 영향으로 신용카드 연체율도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저소득층 가정의 유동성 자원이 현저히 줄어 경제의 중추인 소비지출에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를 맡은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함자 압델라만, 루이스 올리베이라, 아담 샤피로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하위 80% 가구의 현금자산 쿠션 축소와 신용 스트레스의 증가로 향후 소비 지출 증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총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미국인들이 기대하는 경제 연착륙은 힘들어질 수 있다.
소비지출은 올해 2분기 3개월 동안 평균 0.3% 증가에 그쳐 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명목상의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체감물가는 매우 높다고 이날 보도했다.
노동부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2년 전 최고치인 9.1%보다 훨씬 낮아져 3%까지 하락했지만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서비스 가격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주택 렌트비와 전기요금은 지난 2년 동안 10% 이상 올랐고, 자동차 보험료는 40% 가까이 올랐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말 CBS에 출연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경기침체로 갈 것 같다고 예측했던 모이니한은 “이제는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면서 “우리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향후 6분기 동안 1.5~2%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지난주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브루스 캐스먼이 이끄는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둔화를 이유로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기존 25%에서 35%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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