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오는 9월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국민은행과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실명계좌 관련 사항에 변동이 생기면, 해당 사항이 반영되기 30일 전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2018년부터 이어온 NH농협은행과의 인연은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빗썸의 제휴 은행 변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도 빗썸은 KB국민은행과 한 차례 실명계좌 제휴를 논의했으나, 당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빗썸은 지난 3월 말 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6개월 더 연장했다.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1년 단위로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한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빗썸이 계약을 6개월만 연장한 것을 두고 국민은행과 협상에 재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30 세대를 끌어들이려면 농협은행보다는 국민은행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다.
특히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빗썸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젊은 층 접근성이 좋은 국민은행을 더 원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은 기업의 수익성, 안정성, 시장 가능성 등 다양한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로 작용한다”며 “IPO 과정에서 기업의 평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연령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젊은 연령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국민은행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실시한 은행 브랜드 선호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0·40대의 선호도가 높지만 농협은행은 60대 이상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실제 빗썸은 접근성과 인지도 향상을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고 뚜레쥬르, 던킨, 이마트24 등과 협력 마케팅을 진행했다. 동시에 다니엘 헤니를 브랜드 모델로 내세우며 암호화폐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게 빗썸을 알리며 신규 고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농협은행은 △빗썸 라운지 내 창구 개설 △예치금 관리 계약 △빗썸 앱을 통한 은행 계좌 개설 등을 진행하며 우호적 분위기 형성에 적극 나섰다. 농협은행 전체 계좌 중 암호화폐 거래소와 연결된 계좌 비중이 2018년 1.4%에서 지난해 말 5.8%로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블록체인을 언급하며 관련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빗썸과의 인연을 지속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블록체인을 미래 신사업을 보고 관련 팀을 꾸리고 인력도 채용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시장 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빗썸과 계속해서 동행할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빗썸 관계자는 “아직 협의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국민은행도 “(관련 사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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