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금리 사상 최저…당국 조치 후 2.12%→2.22%로 일부 반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당국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9일 장시성의 농촌은행들에 최근의 국채 매수에 대해 결제를 진행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는 사실상 은행들에 시장 의무를 이행하지 말도록 요구한 것이다.
앞서 소식통들은 최소한 중국 증권사 4곳이 지난주부터 국채 거래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으며, 이는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당국은 또 일부 대형 국영은행들에 국채 판매 시 매수자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록해두도록 했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상하이 지사는 일부 금융기관들에 채권시장 위험 논의를 위한 회의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1일 중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18%로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바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후에도 계속 하락해 이달 초 2.12%가량까지 찍었지만, 당국의 개입 속에 2.22%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경제 부진과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대체 투자자산 부족, 채권 투자 수요 증가 등이 국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금리와 관련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대출 비용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할 유인이 있지만, 동시에 채권시장에 거품이 생겨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통화가치가 너무 싸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으로서는 저금리 시기 미 국채에 투자했던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해 3월 파산했던 전례를 염두에 두고 금융기관의 위험을 관리하려는 측면도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베키 류는 “인민은행은 4월부터 반복적으로 시장에 금리 위험에 대한 경고를 보냈지만 금리는 계속 내렸다”면서 “이번에는 시장에 충분히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국의 이러한 개입으로 인해 채권시장이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유리되고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티그룹의 위샹룽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금융위험 우려는 타당하지만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기 충분할지는 불명확해 보인다”면서 “직접적 개입의 효과도 일시적이며 채권 금리는 결국 기초여건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중국 증시 거래자금은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날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거래액 합계는 4천960억 위안(약 94조7천억원)에 그쳐 하루 기준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 대비 거래액 비중은 2019년 말 이후 가장 낮았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3년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3%가량 떨어진 상태다.
잉안자산관리의 샤오치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에 비관론이 팽배하고 채권 대비 주식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주가는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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