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미국발 빅테크 훈풍에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하며 주가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주는 인공지능(AI)거품론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큰 폭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샀지만 차츰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45% 상승한 7만72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도 2.64% 상승한 18만67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한미반도체(4.68%), 디아이(3.33%), 테크윙(2.62%)도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반도체주를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590억원, SK하이닉스를 378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미국 7개 대형 기술기업인 ‘매그니피센트7’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일제히 상승하고,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4.18% 오르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엔비디아의 경우 최근 폭락장 이전인 지난달 말 수준까지 주가를 회복했다.
미국 기술주들은 최근 ‘AI 버블론’ 부각되며 극심한 가격조정을 겪었다.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AI 설비투자를 회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며 1990년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준 ‘닷컴버블’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을 휩쓸었다.
연이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주식매각도 악재로 작용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진한 AI 매출도 거품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AI가 미래를 주도할 산업이라는 인식이 부각되며 주가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향후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AI 투자는 당분간 증가 추세를 나타내며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플랫폼 등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HBM3E 8단 주문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설비투자는 올 들어 3개월마다 상향 조정되며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증가율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2024년 북미 빅테크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40% 증가한 2060억 달러(282조원)로 2018년 설비투자 668억 달러(92조원)의 전년대비 증가율(79%) 이후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빅테크 업체들이 향후 생존이 걸린 AI 시장에서 과잉투자 위험이 투자 축소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임지용 연구원은 “AI는 버블이 아니며, 수익화에 대한 관찰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며 “엔비디아 블랙웰 지연은 단기 노이즈지만, 2025년과 그 이후 실적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AI 인프라 지출 규모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수익 대비 비율 추이를 관찰해야 한다”며”현재 AI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은 막대한 자본, 매우 낮은 자본 비용, 대규모 고객·유통망을 갖추고 있고, 1990년대 신생 기업이 주도했던 투자 사이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신기술이 채택되고 투자가 회수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인터넷은 10년, 스마트폰은 6년이었다. 경쟁 우위 지속에 근거한 실적 방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과잉 투자 후 실제 수익이 이에 못 미는 것을 거품이라고 하는데, 빅테크들은 막대한 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거품론에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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