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줄던 비경제활동인구 두달째↑…청년·50대 고용률 각 0.5%p↓
‘쉬었음’ 증가세도 청년층서 전연령대로 확산…잇따른 정책 지원 ‘무색’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재현 기자]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가 최근 다시 늘면서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경활 중 ‘쉬었음’ 증가세는 청년층에서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내놓으며 비경활 취업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이후 처음 뒷걸음질하는 등 상황은 좀체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 청년층·50대 고용률 석 달째 뚝·뚝·뚝…전체 고용률도 제자리걸음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46.5%)은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작년 같은 달보다 0.5%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 5월(-0.7%p)과 6월(-0.4%p)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통상 취업자가 줄어 고용률이 하락하면 실업률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5.5%)은 오히려 0.5%p 하락하면서 ‘외견상 호조세’를 보였다.
고용률이 악화한 상황에서 실업률 지표가 개선된 것은 실직자 중 상당수가 실업자가 아닌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활로 돌아섰기 때문인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비경활 사유는 육아·가사·연로 등 다양하다.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고용률이 하락하고,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로 집계된다. 하지만 구직시장을 떠나 비경활이 되면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률이 악화해도 실업률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경활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경활)보다 더디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4월 15만명을 웃돌던 청년층 비경활 감소 폭은 지난 달 5만1천명까지 내려앉았지만 같은 기간 경활 감소 폭은 7만8천명에서 17만7천명으로 확대됐다. 결국 청년층 인구 대비 경활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은 석 달째 하락세다.
최근 건설업 부진 영향으로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50대의 고용률·실업률 지표 역시 청년층과 비슷한 흐름이다.
50대 고용률은 5월(-0.4%p), 6월(-0.8%p), 7월(-0.5%p) 석 달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비경활은 넉 달째 증가했고 같은 기간 경제활동참가율도 하락했다.
하지만 50대 실업률은 5∼6월 상승 폭이 둔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5%p 하락했다.
최근 청년층·50대 고용률 부진은 ‘실업자’가 아닌 ‘비경활’ 증가세와 관련이 깊은 셈이다.
비경활 증가세는 ‘쉬었음’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쉬었음’은 비경활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청년층 ‘쉬었음’은 지난달 44만3천명을 기록,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추월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층 인구는 줄고 있지만 ‘쉬었음’은 오히려 늘었다.
‘쉬었음’은 지난해 주로 청년층에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50대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결국 지난 달 전체 ‘쉬었음’은 251만1천명으로 7월 기준 가장 많았다.
비경활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팬데믹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온 1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6월 제자리걸음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1%p)로 돌아섰다.
호조세를 보이던 고용률도 지난 5∼7월 상승 폭이 제자리걸음 수준(0.0∼0.1%p)으로 둔화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 구직시장 떠나는 사람들…”양질의 일자리 부족”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실업자’로 남아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아예 구직시장을 떠나는 배경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반도체는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플랫폼 일자리가 많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단순노무직이 대다수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비경활을 늘리는 요인으로 언급되는 청년층의 재학 비중 상승세, 경력직 위주 채용 경향 등도 이런 ‘일자리 양극화’와 관련이 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 총괄은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 간 격차가 너무 크다”라며 “비경활 안에서도 교육 등 취업 준비를 하는 자와 그냥 쉬는 자와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활 증가세도 양질 일자리 비중이 부족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달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404만9천명으로 7월 기준 가장 많았다. 석 달째 10만명 이상 증가세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직자는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제한돼있고 결국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쉬었음’ 증가는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내수 회복 ‘아직’인데…고용 지표마저 흔들리나
비경활·쉬었음 증가세는 정부의 잇따른 정책 지원에도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맞춤형 취업 지원 등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에서도 추가 대책을 내놨다.
역대 최대 ‘쉬었음’ 청년 통계가 공표된 지난 14일에도 미취업 졸업생을 지원하는 ‘하반기 지역 청년 취업 지원 강화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단기적 지원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올라서 일자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수준 자체는 높은 수준인 만큼 최근 비경활 증가세가 당장 고용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계속되는 저출생 기조,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김광석 실장은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 대규모 은퇴로 청년층·여성인력 등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경활 증가세가 장기화하면 소득이 줄면서 내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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