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8세…수년 요양·투병 끝 자택서 평화롭게 떠나
‘태양은 가득히’ 등 명작 수십편에 ‘못잊을 존재감’ 각인
“최고 스크린 유혹자”…한국서 ‘아랑드롱’은 미남 대명사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걸출한 외모, 연기력, 카리스마로 지난 세기 지구촌 영화 팬의 마음을 훔친 프랑스의 전설적 배우 알랭 들롱이 별세했다. 항년 88세.
들롱의 세 자녀는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전한 성명에서 아버지 들롱이 투병 끝에 이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자녀들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들롱의 반려견)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그는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들롱은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신분 상승의 욕구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 역할로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이 작품에서 ‘태양보다도 강인한 눈빛’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출중한 외모와 매혹적인 눈빛은 전 세계 영화 팬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이후 그는 ‘세기의 미남’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누렸다.
들롱은 ‘태양은 가득히’ 이후 특유의 퇴폐적인 매력을 앞세워 주로 누아르 작품에 출연하면서 살인자, 악당, 경찰 등을 연기했다.
중년을 지나면서도 녹슬지 않는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 프랑스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57년 영화계에 데뷔한 후 50여년간 평단과 대중의 환호 속에 9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출연작 가운데 무려 80여편에서 주연을 맡을 정도로 프랑스의 독보적인 톱스타였다.
대표작으로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태양은 외로워'(1962), ‘볼사리노'(1970),’ 암흑가의 세사람'(1970년), ‘조로'(1975) 등이 있다.
AFP 통신은 “들롱은 프랑스 최고의 스크린 유혹자였다”고 평했다.
AP 통신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영웅을 연기하든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든 들롱의 존재감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들롱은 한국에서도 지난 세기에 은막과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구면서 큰 인기를 구가했다.
조각 미남으로 1960~1980년대를 풍미한 배우 신성일이 ‘한국의 아랑드롱’이라고 불릴 정도로 들롱은 한국에서 미남을 뜻하는 대명사로 통했다.
들롱이 출연한 영화는 내용이 난해한 경우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의 영화는 당시 안방에서 해외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였던 TV 프로그램 토요명화과 주말의명화의 단골이기도 했다.
들롱은 다작한 배우였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스크린에서 거의 볼 수 없었고, 2017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2019년 뇌졸중으로 쓰려진 이후에는 요양에 집중해왔다.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한 것은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였다.
그는 당시 칸영화제 행사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정말 유일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 경력”이라며 영화 인생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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