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을 통칭하는 ‘알트코인’의 부진이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코인러들이 애타고 있다. 올해 안에 알트코인의 대세 상승이 도래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지난 3월 최고가에서 30% 하락한 이후 현재까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575만원을 찍었던 이더리움은 전날 오후 7시 빗썸 기준 355만원을 기록했다. 38% 하락한 수치다. 같은 시각 솔라나는 19만4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기록한 최고가 26만9500원 대비 27% 떨어진 가격이다.
시가총액(시총) 규모가 작은 알트코인의 낙폭은 더 컸다. 올해 초 엔비디아 효과로 인기를 끌었던 인공지능(AI) 테마코인 월드코인은 지난 3월 1만6800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2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무려 88%나 폭락한 수준이다.
알트코인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한 배경은 과거 상승 사이클에서 공식처럼 나타났던 알트코인장(알트코인 상승장)이 이번에는 부재한 영향이다.
통상 상승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오르면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메이저(주류) 알트코인이 뒤따라 상승하고, 그다음으로 마이너(비주류) 알트코인이 뛰는 패턴을 그려왔다. 큰 규모의 자산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자산을 매수하는 일종의 낙수효과를 연출한 셈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기대감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만 독주했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대부분 알트코인은 반짝 오른 후 상승 사이클 전과 비슷한 가격대로 복구되거나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는 이번 상승 사이클을 이끈 자금이 현물 ETF 등을 통해 유입된 기관 자금이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관 투자자 특성상 비트코인 대비 검증이 덜 된 알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즉 비트코인에 쏠린 기관 자금이 알트코인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과거 패턴 때문에 올해 알트코인 불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아직까지 과거에 관측됐던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을 부양한 자금의 전이 효과가 약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알트코인 살까 말까…”기관 자금 흐름·규제 방향 살펴야”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엇갈렸다. 시장 유동성 감소에 따라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진 만큼 알트코인 대세 상승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과 비트코인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상승장이 찾아오면 알트코인장도 도래할 것이란 전망 등이 팽팽히 맞선다.
마이클 반데포프 가상자산 분석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X를 통해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지난 3월 최고가에서 6-70% 하락했다”며 “이는 투자자 사이에서 큰 불안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알트코인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회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규제 불확실성은 투자자 불안감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분석가들 역시 최근 더블록을 통해 “알트코인은 유동성 감소와 위험 회피 강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에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재돌파하는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알트코인장을 다시 기대할 만하다는 낙관도 있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지난 13일 (현지시간) 공식 미디엄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7만달러와 4000달러를 각각 돌파해야 알트코인 상승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3일(현지시간) X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 강세장은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에)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알트코인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향후 몇 달 동안 고래들이 매집하고 있는 알트코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알트코인장 도래를 결정지을 주요 이벤트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냐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성 시비는 알트코인 상승을 제한했던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알트코인 불장 도래 여부를 논하기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규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기관 자금의 흐름과 SEC의 규제 방향, 그리고 시장 내 주요 사건들이 알트코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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