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등 7곳 참여…가치 하락으로 대출금 환수 못 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옛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10월 머스크 CEO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대출금은 130억 달러(17조3천225억원)로, 인수 2년이 다 돼 가지만 은행들은 대출금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에 따르면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인수 거래 대출 중 하나가 됐다.
은행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그 돈에 대한 권리를 담은 채권을 만들어 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회수한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많은 대출 채권이 팔리지 않았지만, 은행 대부분은 기업 등의 파산 등으로 약 1년 안에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손실 처리를 했다.
2007년 트위터보다 더 많은 200억 달러 규모로 이뤄진 한 대출은 해당 기업이 1년 만에 파산하면서 은행으로서는 문제가 해결됐다.
시카고대 재무학 교수인 스티븐 카플란은 “트위터 인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규모로 가장 큰 거래일 뿐만 아니라 역대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라며 “이 대출금은 다른 거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해 준 은행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등 7곳이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에서 이름을 바꾼 엑스(X)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들로서는 손해를 보지 않고 이 채권을 팔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머스크는 당시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지난해 엑스는 가치가 약 190억 달러로 머스크 인수 당시 때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엑스는 사용자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머스크 인수 이후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의 대량 해고와 오너리스크 등에 따른 광고주 이탈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출금을 환수되지 못하면서 은행들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 대출의 가치를 수억 달러씩 떨어뜨리면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 미환수로 인해 다른 인수 합병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또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 등으로 일부 투자은행의 순위도 바뀌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가 미국 금융 투자은행 순위에서 상위 1, 2위를 차지했는데, 2023년과 2024년에는 트위터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1위에 올랐다.
바클레이즈의 경우 직원들의 보상을 일부 삭감했다. 소식통은 “실적에 타격을 입히는 여러 건의 계약이 있었지만, 엑스는 단연코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초 엑스가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하고 은행 금리를 줄이는 등의 대출 재구성 계획을 머스크 측과 논의했지만, 엑스가 이 계획을 따르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WSJ은 “다만, 은행들은 테슬라부터 뉴럴링크, xAI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 갑부 중 한 명인 머스크, 그의 6개 회사와 계속 거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은행들은 우주기업 스페이스X나 스타링크 위성 사업의 기업공개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수익 창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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