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에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강하다. 그러나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연일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64~6.04%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4.57~6.67%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13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공개된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경제 지표가 예상대로 계속 나올 경우 다음 FOMC에서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기준금리 동결에도 최근 시장금리는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내려가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239%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 3.4%에서 하락하고 있다. 5일에는 3.101%까지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2%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22년 9월(3.4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6월에도 전월보다 0.04%포인트 내렸다.
앞서 금통위가 열렸던 지난달 1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2.86~5.67%였다. 약 한 달 사이 금리 하단은 2%대에서 3%대로, 금리 상단은 5%대에서 6%대로 높아졌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한 배경에는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날 우리은행은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20회 넘게 대출금리를 올렸다.
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신용대출도 조이기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가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갭투자를 막고자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26일부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흐름과 별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다보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 대출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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