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85㎡,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비아파트 1채 소유자 1순위 청약 가능
건설사들 “분양 서두르자”…수도권 청약과열 심화, 재개발 빌라 몸값도 오를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지난해부터 2년 가까이 미뤄온 경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을 연내 분양하기로 하고 일정을 서두르기로 했다.
미분양 우려로 분양 일정을 못잡던 사업장인데, 최근 서울에서 시작된 청약 열기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며 분양을 해도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A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도 예고돼 있고, 정부가 중소형 비(非)아파트 1주택 소유자도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청약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을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어 가을에 청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청약 열기 수도권으로 확산…PF 부실 피한 곳 분양 확대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면서 건설업계가 하반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통상 가을 분양시장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연중 최대 성수기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건설업계의 하반기 분양시장 전망은 암울했다.
연초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데다, 정부가 실제 지난 6월부터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착수하면서 분양 물량도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서울에서 불붙은 집값 상승세와 청약 열기가 최근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부실 우려 대상에서 벗어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반기 분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올라온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13.5대 1에서 올해는 21.3대 1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올해 청약 경쟁률이 작년(평균 57.4대 1)의 2배가 넘는 140.1대 1까지 치솟았고, 경기도도 작년 9.6대 1에서 올해 18.0대 1로 경쟁률이 높아지며 청약 열풍을 견인했다.
지방 아파트 경쟁률이 작년 8.9대 1에서 올해 6.7대 1로 낮아진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로 178가구 일반분양에 총 9만3천864명이 신청해 1순위 청약경쟁률이 527대 1을 기록했다.
또 경기 화성시 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는 지난달 186가구 분양에 무려 11만6천62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627대 1에 달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이 그간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던 사업장들의 분양 일정을 확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8·8대책 등을 통해 공급 확대 의지를 확고히 하고 지원에 나선 것도 업체들이 미뤘던 분양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 특히 수도권의 분양 대기 물량이 많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11만5천490가구로, 이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5만6천384가구(48.8%)가 수도권에서 분양됐다.
이에 비해 올해 하반기는 이미 7월과 8월에 분양한 4만여가구를 포함해 상반기보다 많은 14만8천310가구가 분양 예정이며, 이 중 60.2%인 8만9천310가구가 수도권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건설과 한신공영은 분양성 때문에 오랜 기간 분양 시기를 저울질해오던 경기 양주시 남방동(양주역세권)과 덕계동에서 각각 1천172가구와 724가구의 아파트를 10월에 분양하기로 했다.
서한도 분양 시기를 고민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주상복합아파트 128가구를 다음에 분양하며, 신동아건설과 한양은 경기 평택시 브레인시티에서 아파트 1천420가구와 889가구를 10월께 분양한다.
◇ 비아파트 소유자 가세로 청약 경쟁률 더 뛴다…빌라 투자수요도 늘듯
부동산업계는 오는 11월 이후 청약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앞서 8·8대책에서 발표한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대책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부터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빌라 등 비아파트의 범위를 종전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1억6천만원(지방은 1억원)에서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지방 3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원대(공시가격 5억원 이하) 중형 빌라나 단독주택 1채만 소유하고 있을 경우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때 비아파트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연립주택과 단독·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시점의 공시가격으로 무주택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공시가격이 올라도 당첨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앞으로 웬만한 빌라 1채 소유자는 대부분 ‘무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청약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수는 전국적으로 약 1천796만명이며, 이중 서울 1순위 가입자 수만 434만여명에 이른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도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경쟁률이 평균 100대 1이 넘는 가운데 빌라 등 비아파트 소유자까지 1순위로 가세할 경우 청약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며 “인기지역에 당첨될 수 있는 청약가점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웬만한 관심 지역은 당첨자 청약가점 평균이 60∼70점대에 달하는데, 앞으로는 만점(84점)에 가까워야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 등에서 불리한 일부 젊은 층은 당첨권에서 멀어지면서 ‘청포자'(청약포기자)가 늘어날 수 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공공택지는 가뜩이나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인데 11월 이후에는 청약 경쟁이 더 심해져 가점이 낮은 경우 앞으로 인기 단지 당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 시장에는 투자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대상 주택에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정부는 이번 8·8대책에서 단기 등록임대 제도를 도입해 비아파트 1채만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6년간 임대할 경우 다른 주택이 1채 있더라도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를 주기로 했다.
즉 빌라 1채 소유자가 청약에서 당첨된 뒤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아 1주택자가 되더라도 빌라를 임대 등록하면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해 있던 다세대, 연립 등 빌라 거래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 아파트에 몰린 수요를 분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빌라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