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에서 후보 등록을 철회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에서 유세하기 하루 전 나온 결정이다. 일각에선 그의 대선완주 포기와 트럼프 지지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 통신은 케네디 주니어와 러닝메이트인 니콜 섀너핸이 이날 오후 애리조나주에서의 대선후보 등록을 철회한다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 주정부에 따르면 케네디 측은 불과 며칠 전 대선후보 등록에 필요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지지자 서명을 내놓은 상태였다.
AP 통신과 CNN 방송은 케네디 주니어가 후보 사퇴 이후 다음 날로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유세에 합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23일 오후 2시께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향후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불과 몇시간 뒤 인근 글렌데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일정이 잡혀 있어서다.
이날 밤 트럼프 선거캠프가 글렌데일 유세에 이례적으로 ‘특별한 손님’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케네디 주니어가 공식 사퇴 선언 후 트럼프 진영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가 자신을 지지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가 같은 주에 있게 됐고, 내일 만나 그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CN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케네디 주니어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분명히 열려있다”고 대답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는 당초 민주당 소속으로 대선 경선에 나서려다 중도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선 판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구도로 진행됐을 때는 두 후보 모두에게 환멸을 느낀 표심을 흡수하며 10% 넘는 지지율을 모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후 대선 구도가 재편되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뉴욕주에서는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해 제출한 주소가 허위로 드러나 등록이 무효가 되는 등 문제에 봉착했다.
케네디 진영은 완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의 문을 번갈아 두드리며 차선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해리스 부통령 측에 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입각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층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후보 사퇴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서는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호감도가 공화당 지지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 호감을 가진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37%)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52%)을 좋아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특별한 손님’이 케네디 주니어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 캠프도 트럼프 캠프 합류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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