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하나증권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 가입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알아서 돈을 관리해줄 것이라 믿었던 랩 계좌에서 큰 손실에 따른 마진콜(증거금 납입 요구)이 발생했는데, 제때 증거금이 납입되지 못하면서 수백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것이다. 랩 어카운트는 고객이 일임한 자산을 증권사가 대신 관리하고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맞춤옵션알파랩어카운트’에 가입한 투자자들 대다수가 코스피200 지수가 폭락했던 지난 5일 반대매매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앞서 하나증권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클럽원WM 센터 등에서 해당 랩 상품을 판매했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서 계약을 맺으면 증권사가 자산운용을 대신 해주는 상품으로, 주식·채권·원금보전형 상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굴린다.
이 상품은 일부 ‘옵션 매도’ 전략을 활용하고 있었다. 옵션 매도 전략은 큰 변동성이 없는 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프리미엄)을 취할 수 있지만, 일정 구간 이상의 변동이 발생하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지난 5일 ‘블랙먼데이’ 당시 코스피200이 장중 10.8%, 종가 기준 8.8% 폭락하며 역사적인 하락폭을 기록했는데, 이때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수만%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 반대 사이드에 있었던 풋매도 투자자는 원금을 크게 웃도는 규모의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 증거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못해 손실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증권사의 관리 부실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5일은 옵션 만기일(9일)이 돌아오기 전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증거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지점 담당자에게 문의했지만, ‘내일이면 해결이 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거금 추가 납입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고객 본인이 직접 투자한 거면 알지만, 고객들은 일임 랩 상품에 맡겨둔 상황이었다”며 “신속히 증거금을 넣어야 할 상황 등이 왔다면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들이 증거금 납입 문자를 받고 문의했을 때 담당자들은 다음날이면 문제가 없어지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했다”며 “운용과 판매 부서가 단절돼있는 등 고객 관리가 제대로 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8명의 투자자가 소송 의사를 밝혔으며 이들의 손실 금액은 약 160억원에 달한다. 해당 랩 상품의 가입자는 총 80명, 손실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하나증권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손실 수치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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