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우호 기자] 지난달 빗썸에 신규 상장한 ‘어베일(Avail)’이 외국인 차명거래로 인해 상장 하루 만에 폭등과 폭락을 오가며, 국내 투자자들에 큰 손실을 입혔다. 4시간 만에 가격이 3500원에서 700원대로 약 80%나 폭락한 이 사건은 각계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으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실명거래 사각지대, 차명계좌로 회피한 외국인 투자자들
어베일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 직전 대량 코인을 확보하고 이를 한국 시장에 덤핑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둔 후 빠져나간 전형적인 시세조종 사례이다. 특히 이들이 가상자산이 금융실명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차명계좌로 거래했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상자산법에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긴 했지만, 현재 금융실명법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만 실명 거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다.
한국금융연구원의 A연구위원은 “금융실명법의 적용 범위를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차명계좌를 통한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실명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 거래소 책임 논란…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 도입 필요
어베일 사건은 국내 거래소에 대한 책임론까지 번졌다. 거래소가 이상 급등락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인 거래를 차단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협회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의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비정상적인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보다는 육성이 먼저” 신중론도 나와
가상자산 거래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만큼 국제적인 규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위치한 국가들과 협력해 불법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글로벌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학과 교수는 “국제적인 규제 협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국내 규제만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법적인 거래를 완전히 막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규제 일변의 입법보다는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대표 정책과 법안이 나와 시장을 육성한 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순서”라고 조언했다.
#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금융당국… “거래소와 핫라인 구축”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이상 거래 상시 감시 업무 수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날 점검을 통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은 하나의 자산이 다수의 거래소에 교차 상장되는 점, 자본시장과 달리 공시 정보가 부족한 점, 폐장 없이 24시간 실시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 등으로 인해 급격한 가격변동 및 시장 질서 교란에 취약하다”면서 “거래소들이 외형적인 이상 거래 심리 및 통보 의무 준수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담당자들은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는 이벤트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간 이상 거래 대응 정보의 신속한 공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금융당국은 앞으로 가상자산 이상 거래 정보 등에 대한 공유 및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5대 원화거래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과 함께 핫라인을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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