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블록미디어 James Jung 특파원] 미국에서 내집 마련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결론은 이겁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집을 사라.”
우리나라도 부동산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데요. 미국의 주택 문제는 그 이상입니다. 뉴욕 등 대도시만의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포춘 등이 보도한 미국의 주택난은 우리나라의 영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합니다.
렌트비를 계산해보죠. 뉴욕에서 ‘편안하게’ 렌트를 하려면 연소득이 13만5000 달러(1.8억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무디스가 낸 통계입니다. 편안함이라는 말은 소득의 30% 이하를 주택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을 뜻합니다.
역산을 해보면 뉴욕에서 안락한 집을 렌트하려면 연간 54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월세 450만 원입니다.
펜데믹 이전보다 렌트비는 22% 증가했습니다. 뉴요커들은 살인적인 렌트비를 어떻게 충당할까요? 임금 상승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겁니다. 실직을 당하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합니다. 미국인들은 누구나 홈리스가 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룸메이트를 구하는 것은 일상이 됐습니다. 중장년층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룸메이트 4명 중 1명은 45세 이상이며, 이 수치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뉴욕 등 대도시를 떠나 렌트비가 싼 곳으로 이주하는 겁니다. 미국 직장인들은 결혼과 출산을 앞두고 중소도시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중간 쯤에 칼라마주(Kalamazoo)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미시간주의 한적한 소도시입니다.
약 8년 전 윌라 디타란토와 짐 디타란토 부부는 필라델피아에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태어날텐데요. 좁은 집에서 비싼 렌트비를 부담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부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시골로 와서 집을 샀습니다.
디타란토 부부가 산 집은 시세가 두 배로 올랐습니다. 미시간주의 시골 동네에도 집이 부족합니다. 집 값이 천정부지로 상승 중입니다.
디타란토 부부와 정반대 케이스도 있습니다. 바바라 태킷-데니와 헨리 데니 부부는 칼라마주에서 10년 전부터 살고 있습니다. 바바라는 간호사이며, 헨리는 병원 침대 부품 공장에 다닙니다.
이들이 결혼했을 때 칼라마주의 렌트비는 월 650 달러 정도였습니다. 집 값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집을 살 생각도 안 했습니다. 팬데믹이 터졌고,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집 주인이 집을 팔자, 데니 부부는 비싼 임대료를 내는 제조 주택으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디타란토 부부는 아이들과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데니 부부는 임대료 때문에 외식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미국에도 영끌이 있습니다. 은행 대출은 기본이고, 공공 임대 주택에 지원하고, 주택 자금을 받는 건데요.
미시간주 화이트 클라우드에 거주하는 잭 맥고웬과 재스민 맥고웬은 정부 주택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연 소득이 10만 달러 이하여야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재스민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집을 위해서 재스민은 본인이 쌓아 올린 커리어를 포기해야 할 처지입니다. 영끌도 이런 영끌이 없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최근 이런 말을 했죠.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부가 내놓은 ‘8·8 부동산 공급확대 방안’이 정책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내려가 영끌에 대한 부담이 적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부동산은 정부가 너무 많이 개입을 해서 항상 문제입니다. 정부 정책이 그렇게 믿음직했다면 영끌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미국의 부동산은 정부가 너무 시장에 맡겨 놔서 항상 문제입니다. 민주당 해리스 대통령 후보가 ‘최초 주택 구입 자금 2만5000 달러 지원’ 공약을 내놓자, 트럼프는 “쿠바 같은 사회의주 국가에서 나올 정책” 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신 독자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절대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말씀 아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집을 사세요. 치솟는 월세와 주택 가격은 중산층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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