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사상 최고가를 찍은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골드 토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가상자산 일종인 ‘토큰’으로 금을 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그룹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지난 3월 홍콩에서 처음으로 골드 토큰을 발행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현재 일반 투자자에게 정식 상품으로 제공 중이다.
HSBC는 자체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HSBC 오리온’에서 골드 토큰을 발행했다. 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토큰 상품이기도 하다.
골드 토큰은 말 그대로 금을 토큰화한 상품이다. 토큰 형태로 금을 매입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기존 금 거래 방식보다 저렴한 비용과 높은 효율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마크 윌리엄슨 HSBC 글로벌 책임자는 지난해 11월 HSBC 오리온 출시 당시 “69만8000개의 금괴(702조원 규모)가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지역 금고에 보관돼 있다”며 “런던 금 시장은 여전히 수동 방식의 기록·보관에 크게 의존하고 주로 장외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는 자신이 소유한 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며 “추후 금 외에 다른 귀금속도 다룰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골드 토큰 사례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사의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진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RWA는 금을 비롯해 주식, 국채, 부동산, 미술품 등 유무형의 현실세계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토큰화한 것을 말한다. 골드 토큰도 RWA의 대표적 사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자산과 연동한 토큰 증권(STO)과 개념은 비슷하다. 다만 증권으로 분류돼 금융당국 규제를 따르는 STO와 달리 RWA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HSBC 사례를 시작으로 금융사들의 토큰 직접 발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RWA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 간 경계는 더욱 허물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미국 RWA 섹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이며, 미국 국채와 회사채 등도 뒤를 잇는다.
이 중 주식을 기초자산을 한 토큰의 경우 현재 549만달러(7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가장 많은 토큰화가 이뤄진 주식은 코인베이스와 엔비디아 등이 꼽힌다. 주식 기반 토큰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발행조건에 따라 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주식뿐 아니라 ETF, 채권 등을 기초로 한 토큰의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접점이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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