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블록미디어 James Jung 특파원] 미국에서 골프는 국민 스포츠입니다. 뉴욕 롱아일랜드는 골프 천국이죠. 차로 15분 거리 이내에 퍼블릭 골프장이 있으니까요. 부킹 예약?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미국에서 여름은 7월 4일 독립기념일 시작해서 8월말 가을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입니다. 이번 여름 뉴욕은 선선한 날이 유독 많았는데요. 뉴욕의 골퍼들은 늦여름을 만끽하기 위해 클럽을 챙겨 필드로 향합니다.
골프를 해보신 분들은 모두 이 말에 동의할 겁니다. “골프는 사회부적응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발명한 스포츠다.”
연습을 한다고 해도 스코어가 꼭 잘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번에 공이 잘 맞았는데, 다음에는 엉망이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골프 칼럼에 이런 게 있습니다. “여름 골퍼가 가장 행복한 골퍼다.”
여름 골프란 딱 2개월만 골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머지 10개월 동안 골프를 건너뜁니다. 다른 취미를 즐기죠. 낚시, 테니스, 아니면 트럼펫을 배웁니다. 골프샵을 기웃거리지도 않습니다. 가족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여름 골퍼는 시즌을 준비 없이 시작합니다.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채를 잡습니다.
여름 골퍼는 자신이 여름에만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동반자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압박감이 없습니다. 공이 안 맞아도 확실한 핑계가 있으니까요. 다른 동반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전략입니다. 심리전입니다.
‘나는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만약 내가 맘먹고 연습을 했다면 너희 모두 큰일 났을 거야.’
거짓말입니다. 일 년 내내 일주일에 다섯 번 골프를 친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 더 형편없을 수도 있어요. 골프가 원래 그렇습니다.
“여름 골퍼는 대개 바로 나가서 파-버디-파를 기록한다” 는 것이 WSJ 칼럼리스트의 주장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골프를 쉬는 동안 모든 나쁜 습관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없구요. 어쩌면 나는 진짜 훌륭한 골퍼이고, 마침내 골프가 나를 알아본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양파)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나쁜 골퍼로 돌아간 거죠. 어차피 여름 골프니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핵심입니다. 이기거나 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거든요.
만약 내가 이긴다면, 그래서 캐디피를 딴 돈으로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할 겁니다.
“오랜만에 채를 잡았는데 성적이 나쁘지 않네. 그래도 여름 골프는 여름 골프일 뿐이야. 하하하.”
동반자들의 부러움을 웃음으로 받아 넘기는 여유. 여름 골퍼의 미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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