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프랑스 당국이 24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창립자 겸 CEO 파벨 두로프(Pavel Durov)를 전격 체포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텔레그램이 범죄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예비 조사 차원에서 체포 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프랑스 경찰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에서 사기, 마약밀매,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조장 등 범죄에 대한 초기수사 결과 두로프를 해당 범죄의 조정대리자(coordinating agency)로 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AFP에 말했다.
그러나 엑스(X),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가 범죄에 이용된다고 해서 CEO를 직접 조사한 사례는 없다. 텔레그램 CEO를 체포한 것은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출발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9억 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다. 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비밀 대화가 가능해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는 누구?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태생 프로그래머다. 그는 1984년 10월 10일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소셜 네트워크인 VKontakte(VK)를 창립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에 VK를 설립한 후, 두로프는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VKontakte의 경영권을 두고 러시아 정부와 충돌했다.
결국 2014년 VK에서 강제 퇴출되었다. 이 사건은 그가 러시아를 떠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로프는 2021년 8월에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2017년에 텔레그램 근거지를 두바이로 옮겼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아랍에미리트 시민권도 받았다. 카리브해의 이중 섬 국가인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시민이기도 하다.
# 텔레그램의 탄생
텔레그램(Telegram)은 2013년에 두로프와 그의 형 니콜라이 두로프(Nikolai Durov)에 의해 설립된 메신저다.
텔레그램 탄생 배경에는 VKontakte에서의 경험과 러시아 정부와의 갈등이 크게 작용했다. 두로프는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텔레그램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은 보안성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한다. 니콜라이 두로프는 메시징 앱의 핵심 기술인 MTProto 프로토콜을 설계하여 보안성을 강화했다.
이 프로토콜은 사용자의 메시지가 제3자에 의해 감시되거나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텔레그램은 빠른 메시지 전송 속도와 강력한 암호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신뢰를 얻었고, 빠르게 성장했다.
# 글로벌 메신저 텔레그램
텔레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메시징 앱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9억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과 플랫폼 확장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텔레그램은 단순한 메시징 앱을 넘어, 채널, 그룹, 봇 등의 기능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비밀 채팅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정부의 검열이나 통제를 받지 않으려는 사용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고 있다.
텔레그램은 파일 공유, 클라우드 저장소, 스티커 및 이모티콘 지원 등 다양한 부가 기능도 제공하여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톤(TON)을 장착, 이른바 슈퍼앱(SuperApp)으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 톤(TON) : Telegram Open Network
두로프는 메신저를 뛰어넘어, 보다 자유롭고 탈중앙화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비전을 구상했다. 그 일환으로 ‘Telegram Open Network(TON)’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TO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높은 속도와 확장성을 지닌 암호화폐 네트워크를 목표로 했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시작 당시 그램(Gram)이라 불리는 토큰이었다.
# TON 프로젝트
TON 프로젝트는 2018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두로프는 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금융 기관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했다.
TON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중 블록체인 아키텍처를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에 큰 관심을 받았으며, ICO(Initial Coin Offering) 단계에서 약 17억 달러를 모금했다.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조달 중 하나였다.
# TON 프로젝트의 중단
그러나 TON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법적 문제에 직면했다. 2020년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TON 프로젝트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판매한 것이라며 텔레그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Gram 토큰이 증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2020년 5월 두로프는 TON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법적 문제와 규제 당국의 압력 때문에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지만, 두로프는 탈중앙화된 기술의 발전을 계속 지지하며, 다른 개발자들이 TON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했다.
# TON의 후속 프로젝트
TON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이후, 텔레그램 팀은 공식적으로 개발을 중단했지만, 다양한 독립적인 개발자들이 TON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The Open Network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TON 코인과 그 후속 프로젝트들은 두로프의 비전과 철학을 반영하며, 탈중앙화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 두로프 체포와 톤 코인 급락
텔레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암호화폐 톤(TON)은 두로프 체포 보도 이후 16% 이상 급락했다. 기사 작성 시점 톤은 14% 떨어진 5.78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톤 코인은 텔레그램이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관련 프로젝트들의 에어드롭 이벤트, 두로프의 영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암호화폐 시총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최근 강세를 나타냈었다.
두로프의 체포 이유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톤 코인 가격이 추가로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두로프 체포, 정치적 이유?
미국 논객 캔디스 오웬스는 “파벨 두로프는 표현의 자유를 신봉하는 인물로, 정부가 접근할 수 없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그가 체포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폭스 뉴스의 터커 칼슨도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감옥에 수감됐다. 이는 정부와 정보기관의 요구에 따라 진실을 검열하지 않은 플랫폼 소유자들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두로프는 4월에 칼슨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정부의 감시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결국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에서 영감을 얻은 안전한 통신 기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두로프는 “세계는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으며, 정부는 사생활 보호에 관용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탈중앙) 기술의 힘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