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프랑스 수사 당국이 텔레그램을 만든 러시아 출신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39)를 체포한 것을 두고 러시아와 프랑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두로프의 체포가 서방의 태도가 이중적이며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T 인터뷰에서 “2018년 러시아 법원이 텔레그램 차단을 결정했을 때 비난했던 비정부기구(NGO)들이 이번에는 프랑스에 항의할까, 아니면 입을 닫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당시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 프리덤하우스, 국경없는기자회 등 28개 NGO가 “익명으로 온라인에서 정보를 게시하고 소비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텔레그램 운영 방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또 당시 NGO들이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등에 러시아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언론·표현·사생활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와 텔레그램이 법적 문제를 겪을 때도 두로프는 자유로웠고 계속 텔레그램을 개발했다”며 프랑스가 두로프의 인신을 구속해 과도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면서 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 복수국적자인 두로프는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두로프는 아동 포르노, 사기, 사이버 괴롭힘,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이용자 정보를 둘러싸고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겪은 이후인 2014년 러시아를 떠나 UAE로 이주했다. 2021년에는 프랑스 국적도 취득했다.
타티아나 모스칼코바 러시아 인권위원장은 전날 두로프의 체포가 서방의 이중잣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중대한 침해”라고 평가했다.
또 “두로프 체포의 진짜 이유는 세계 문제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인 텔레그램을 폐쇄하려는 것”이라며 “두로프에 대한 박해는 언론의 자유와 다극 세계 창설을 지지하는 모든 이를 분노케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두로프의 체포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일 수 있고 텔레그램 이용자의 개인정보 접근권 확보에 이용될 수도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검열 기관인 세이프인터넷리그의 대표 예카테리나 카탸 미줄리나는 이번 체포가 텔레그램용 가상화폐인 톤코인(TON)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러시아 주요 기업이 톤코인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미국 제재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엑스에 “두로프 체포 이후 프랑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수사의 일환일 뿐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표현과 소통의 자유,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충실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시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이 정한 틀 내에서만 자유가 행사된다”며 텔레그램 측이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법을 집행하는 건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 사법 체계에 달렸다”며 “체포는 (정부가 아니라) 판사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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