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는 프랑스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받는 혐의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그의 체포가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혐의들은 실제로 매우 심각하며 심각한 증거가 요구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로프가 받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직접적인 시도나 그에 대한 직접적 협박이 있을 것이라며 “즉, 어제 마크롱 대통령이 부인했던 바로 그 유형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두로프의 체포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수사의 일환일 뿐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며 반박한 바 있다.
러시아 출신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인 두로프는 지난 24일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아동 포르노,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가 확산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이번 체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텔레그램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인터넷 플랫폼 중 최대 규모”라며 “미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을 장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다수당인 통합러시아당 행사에서 “두로프 사건이 정치적이라는 것은 완전히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텔레그램처럼 범죄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프랑스 당국이 페이스북을 개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메타) CEO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두로프가 법적 방어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며 “물론 그가 러시아 시민이라는 점을 고려해 우리는 필요한 모든 도움과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로프가 프랑스 시민권도 보유해 상황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두로프 체포와 표현의 자유 등을 둘러싼 프랑스 정부의 태도로 인해 “러시아와 프랑스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고려함으로써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결정에 관한 핵교리(독트린)를 명확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핵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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