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간밤 7900만원대까지 밀렸다.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투심이 인공지능(AI) 기업에 쏠릴 것이란 경계감이 커지면서다.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영향력이 줄어든 점도 약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8시50분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24시간 전보다 0.01% 오른 8041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업비트에서는 0.48% 빠진 8056만원에 거래됐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0.81% 떨어진 5만9026달러를 나타냈다.
전날 8% 넘게 빠졌던 이더리움은 소폭 반등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빗썸에서 1.26% 오른 344만원을, 업비트에서는 3.11% 상승한 344만원을 기록했다. 코인마켓캡에서는 2.82% 뛴 2528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자산인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이다.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김치프리미엄은 2%대를 이어갔다. 김치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기준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2.13%다.
시장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엔비디아 호실적까지 맞으며 반등 시도를 미루게 됐다. AI 열풍을 주도하던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감은 그간 가상자산 시장 악재로 꼽혀왔다. 글로벌 스마트 머니를 유치하는 투자자산의 관점에서 AI 기업들과 비트코인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00억달러(40조1000억원), 주당순이익(EPS) 0.68달러(909원)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대비로는 122% 급증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문사 루미다 웰스의 최고경영자(CEO) 람 아루와리아는 지난 6월 DL뉴스를 통해 “통상 가상자산으로 유입되는 패스트머니(Fast money)가 올해 엔비디아로 유입됐다”며 “지난 2021년 1월 게임스탑 랠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당시 게임스탑 주가가 2065% 급등하는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더 이상 주목을 받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다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트럼프 효과가 사라진 점도 약세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헤지펀드 렉커 캐피털 설립자 퀸 톰슨은 이날 DL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움직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 확률이 더 높게 점쳐질 때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지지도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오른 뒤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더이상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친가상자산 행정부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29점을 기록하며 ‘공포(Fear)’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30·공포)보다 떨어진 수치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각각 의미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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