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달 초 코스피가 하루만에 10% 가까이 폭락한 ‘블랙먼데이’로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손실을 입은 가운데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향후 미국의 AI(인공지능) 산업 수익성 논란과 미국의 경기 둔화 예상을 비롯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산업정책 이슈 등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은 31일 경제전망 일환으로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배경’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한은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 김선임 과장, 안제원 과장, 손달호 조사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가는 8월 들어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중동지역 불안, 미국 IT 기업 고평가 논란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해지자 이에 영향 받아 변동성이 확대됐다.
코스피는 이달 2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5일(-8.8%)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4일(-10.6%)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주가는 IT 업종 비중이 높은 일본, 대만과 함께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더 크게 하락했다.
이번 주가 급등락 기간 중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컸다. 외국인은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를 바탕으로 순매수를 확대했던 전기전자를 중심으로 순매도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해 적극 매입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외환 시장은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및 외국인 순매도에도 미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 등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다. 시카고 패드워치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미국 9월 인하 기대는 100%에 달한다.
보고서는 국내 증시가 다소 큰 폭으로 조정된 점에 대해 반도체 부문의 대미 연계성 강화로 미국 IT 기업의 부정적 이슈가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진 데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짚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칩4 동맹과 AI 반도체 관련 공급망 재편 등으로 미국과의 연계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미국 IT 주가 움직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증시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상반기에는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제지표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높여 증시에 긍정적이었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최근에는 지표 부진이 경기둔화 우려를 부각시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국내 경기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저자들은 당분간 국내 주식 시장이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 AI 산업 수익성 논란과 미 경기둔화 속도, 미 대선 과정에서의 산업정책 이슈 부각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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