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비해 국내 거래소들의 OTC(장외거래) 사업 진출은 잠잠하다.
OTC는 시장가를 통한 거래 대신 개인 간 거래를 말한다. 굵직한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비트렉스, 비트파이넥스 등은 OTC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해 온 기업들 가운데 국내 시장을 무대로 OTC 사업에 뛰어든 곳은 없다.
국내에서 OTC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알려진 곳은 블록체인 종합 서비스 업체인 체인파트너스가 운영하는 OTC와 P2P(개인간 거래) 암호화폐 장외 거래 플랫폼인 비하인드(Behind) 정도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최근 OTC 사업 진출을 밝혔지만, 이 또한 해외 자회사를 통해서다. 홍콩에 설립된 빗썸글로벌홀딩스(BGH)는 이달 초 OTC 플랫폼 오르투스(Ortus)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빗썸 측은 “BGH 사업이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빗썸이 계획 중인 글로벌 사업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내 거래소들이 OTC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수요’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OTC 거래량이 많은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현재 OTC 수요가 적어 굳이 사업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OTC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대량의 물량을 거래하고자 하는 거액 투자자와 기관, 기업 등이다. 주로 암호화폐 채굴자들, 암호화폐를 투자금으로 조달한 ICO(암호화폐 공개) 기업들이다. 이들은 시장에 변동을 주지 않고 거액을 거래하고 싶어 OTC를 찾는다. 거래소를 통할 경우 물량도 한정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을 찾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한빗코 김성아 대표는 “OTC에서 매도자는 주로 채굴자들이고 매수자는 암호화폐 펀드 기관 등이다”라며 “한국에서는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채굴하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고, 기관 투자자들도 적다”고 말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는 ‘개인’ 중심이어서 OTC 거래 활성화가 덜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OTC를 사업으로 확장하지 않고, OTC 문의가 들어왔을 때만 처리해 주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대부분 OTC 문의가 올 때 거래 성사를 위해 매도자나 매수자를 찾아주는 역할 정도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거래소들이 국내외를 잇는 OTC 사업 진출도 쉽지 않다. 외환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간 해외 송금 합계액이 5만 달러(약 5627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시중은행에 가기 전에 한국은행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부족한 OTC 수요를 해외에서 찾아 연결하기에는 외환 규제 문제도 있어 거래 처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인프라를 당장 구축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OTC 운영을 위해서는 기술적, 수탁서비스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암호화폐 거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상당 액수가 거래되는 OTC 특성상, 거래소들은 고객확인절차(KYC)와 자금세탁방지의무(AML) 관리,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 수탁 사업 등 인프라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기관 투자자 유입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OTC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은 살아있다. 실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기관 등 대형 투자자들이 앞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OTC 비즈니스를 고려하는 거래소들이 실제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ICO 프로젝트 침체기가 지나가면 OTC 거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거래소에서 OTC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장벽이 있어 거래소들의 OTC 사업 준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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