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 증세카드 만지작…사모펀드 ‘영국 탈출’ 우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자본이득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사모펀드 업계와 투자자 이탈이 우려된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범 두 달을 앞둔 키어 스타머 정부는 공공 재정 압박과 공공부문 개선 요구로 증세를 검토 중이다. 소득세나 국민보험료, 부가가치세 인상은 총선 공약으로 배제했기에 시선은 자본이득세와 상속세 인상에 쏠려 있다.
스타머 총리가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가장 넓은 어깨를 가진 이가 더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이른바 ‘부자 증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영국에서 기업 자산이나 주식, 부동산 등의 거래에 붙는 자본이득세 세율은 10∼24%이며, 펀드 성과보수에는 28%가 부과된다. 최고 세율이 45%인 소득세보다 낮다.
스타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성과보수 세제 변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말 업계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
또한 법적 거주지를 외국에 둔 비거주자(Non-Dom)가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을 영국으로 들여오지만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 제도는 총선 전부터 폐지가 예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이득세까지 인상되면 사모펀드 업계에는 대탈출이 촉발될 수 있다고 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알바레스앤드마셜의 빅토리아 프라이스 개인자본 총괄은 고객 80명 중 6명이 세제 변화 가능성을 이유로 해외 이전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20위권 사모펀드 회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다음 달 예산안에서 정말 센 걸 내놓으면 사람들에게 떠날 계획을 세우도록 부추기는 티핑 포인트(작은 변화가 하나 더 일어나면 큰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사모 투자 허브로, 영국 사모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관리되는 펀드가 유럽 내 사모·벤처캐피털 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런던에 있는 펀드 업체 상당수는 미국 기업의 유럽 본부인 만큼 자본이득세가 인상되면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적어진다고 FT는 지적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다른 국가의 성과보수 과세율은 26∼34%다.
한 주요 사모펀드 그룹의 임원은 “다른 나라보다 영국이 훨씬 매력이 떨어진다면 영국인이 아닌 입장에선 왜 남아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재무부는 “투자를 촉진한다는 관점에서 자산관리 업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성과보수 세제를 개혁하고 세제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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