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정부가 기업들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참여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보름 새 12개 기업들이 계획 및 예고 공시를 올렸다. 하지만 높아진 참여율과 별개로 계획 공시 내용을 분석하는 리서치 자료가 부족해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참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를 올린 9개 기업 중 4개 기업은 공시일 이후 관련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DB하이텍, 콜마홀딩스, 에프앤가이드 등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 이후 발간된 리포트가 없다.
현대차, 금융지주사 등 밸류업 공시와 동시에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기업설명회(IR) 등 이벤트가 있었던 곳들을 제외하곤 사실상 계획 공시 내용 자체를 분석한 리포트가 전무한 셈이다.
최근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관련 분석 보고서 발간도 활발해져야 밸류업 공시가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밸류업 공시는 페널티 없는 자율 참여로 이뤄지고 있어 내용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를 증권사 리포트가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현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정도가 유일하다. 거버넌스포럼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A~C 등급 학점을 매기고 주주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아쉬울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은 잘했는지 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며 일종의 ‘옥석 가리기’ 역할을 하고 있다. 주주들이 실용적으로 공시를 활용해 투자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역할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강조한 바 있다. 증권사 분석 리포트가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이 점이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는 등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에 지난 5월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투자업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센터장들 역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기업 분석 보고서가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증권사들의 분석 리포트를 모아 제공하는 애프앤가이드는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사이트 내에 ‘밸류업 프로그램’ 탭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포트가 활성화되기엔 여러모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권의 목소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등급이나 예상 목표주가를 산출할 때 기업 거버넌스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외부 이벤트 등에 따라 기업을 분석하도록 트레이닝돼 있는데 기업 지배구조를 주가와 연계해 분석하기에는 교육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아직 공시 참여 기업이 많지 않아 활발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관련 리포트를 내는데 부담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면서 8월 중순까지 예고 공시를 포함해 18개에 불과했던 밸류업 참여 기업 수는 30개로 늘었다.
예고를 제외한 실제 공시 기업 수는 7개에서 9개로 늘어난 정도지만, 현대자동차가 시총 상위 제조업 기업 중 처음으로 밸류업에 참여했다는 점과 다수 기업들이 공시를 예고하기라도 했다는 점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 LG,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금융사가 아닌 대기업들도 예고 공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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