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4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이 자발적 감산 중단계획을 연기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수요 약화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전날의 하락 흐름을 이어가 1년여만에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1.42% 하락한 배럴당 72.7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 하순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도 1.62% 하락한 배럴당 6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7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계획했던 증산 계획을 철회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으나 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끄는 OPEC 플러스는 유가 지지를 위해 2022년 이후 시행해온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면서 다음 달 하루 18만 배럴(bpd)을 증산할 계획이었다.
다만 OPEC 플러스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필요할 경우 증산을 “중단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전날의 급락세에 이어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주요 소비국들의 석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내년에 생산 과잉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약세로 장을 마쳤다.
또 지난주 석유 생산을 급격하게 줄였던 리비아의 분쟁이 해결 조짐이 보이는 점도 유가 약세를 부추겼으며, 이로 인해 뉴욕의 휘발유 선물도 전날인 3일 11%나 하락해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티그룹은 이날 메모에서 OPEC 플러스가 생산량을 추가로 줄이지 않으면 수요 감소와 비OPEC 국가들의 공급 증가로 내년 평균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티는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OPEC 플러스가 현재 감산을 무기한 연장하지 않으면 시장은 유가가 70달러 수준을 방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브렌트유 가격은 60달러대까지 밀리면 시장의 흐름상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한 뒤에야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애초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유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반드시 생산 감소나 운송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반등을 매도 기회로 삼고 있다고 시티는 덧붙였다.
이에 비해 UBS는 중국 수요 약세에도 다른 국가들의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석유 시장은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라면서 수개월 내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nadoo1@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