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지난 4월 13일 마지막으로 1억원을 찍은 후 현재까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약 5개월 동안 30%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에는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7000만원 반납 가능성도 제기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한때 7500만원을 기록했다. 코인 시가총액(시총)이 427조원 날라간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최저점이다. 블랙 먼데이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7100만원까지 폭락했다.
◆’9월의 저주’ 반복될까
하반기 이후 약세가 지속되자 이른바 ‘9월의 저주’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9월 투자 수익률이 항상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온 시장 내러티브다.
역사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 동안 9월에 하락한 경우는 8번(73%)이었으며, 10월에 상승한 경우는 9번(82%)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9월 전망이 더 어두운 이유는 경제 불확실성과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를 동시에 부추기는 악재는 경기침체 우려다.
이는 지난 5일 비트코인이 미국 고용지표 냉각에 8000만원대를 반납한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 고용지표 냉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빅 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음에도,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 시선을 둔 것이다. 즉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보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매도세가 더 강함을 보여준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과거 미국 경기 둔화 시기마다 약세를 보여왔다”며 “시장은 경기 둔화 헤지 기능을 비트코인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발렌틴 푸르니에 BRN 애널리스트 역시 5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5만7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며 전날 상승분을 반납했다”며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반짝 반등할 때 매도한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반감기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형성됐다. 과거 세 차례 반감기 이후에는 수급 효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지만, 올해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과 같은 변수로 인해 이같은 수급 효과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스퍼 드 매어 아웃라이어 벤처스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더블록을 통해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로 수요가 촉발되면서 반감기 전 상승이 이미 나타났다”며 “4년 주기의 ‘반감기 이후 상승 사이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반감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대선 전까지 투자 신중해야”
당장 시장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호재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진단이다. 친(親) 가상자산 행보를 보이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일한 호재로 꼽히는 만큼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9월 약세론의 진위보다 9월을 맞이하는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 주의해야 한다”며 “9월 초 가상자산 시장은 뚜렷한 악재도, 호재도 없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가득하다. 변동성이 갑자기 증폭될 수 있으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푸르니에 애널리스트도 “현재 경제적 불확실성과 유동성 위축 가능성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 투자를 줄이고 다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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