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하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최근 3년간 물가 상승률이 13~14% 수준을 보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외식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도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난 7월 서울지역 냉면 한그릇 평균 가격은 1만2000원에 육박하고 김치찌개 백반은 8000원을 넘겼다. 김밥도 한 줄에 3500원 가까이 하면서 불과 3년 전과 비교해 20% 안팎 가격이 뛴 상태다.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 부담도 지난해보다 커졌다.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100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9.1%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석을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추석 성수품 구매 수요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성수품을 추가 공급하고 할인지원 품목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이다.
◆5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2.0%대 상승률…2020년 대비론 14%↑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2.0%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2월(3.1%)부터 3월(3.1%)까지 3%대를 보였지만 4월 이후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으며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 상승폭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3년 만에 1%대 상승폭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물가의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2020년(물가지수 100)과 비교했을 때 13.94% 상승했다. 단적인 예로 2020년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을 올해는 1만1394원에 사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냉면·자장면·김치찌개 등 외식비 3년전 대비 20% 넘게 급등해
외식비 상승은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7월 서울지역 냉면 1그릇 평균 가격은 1만1923원으로 3년전인 2021년 7월 9577원 대비 24.4% 올랐다.
냉면 평균 가격은 2022년 4월 1만원대를 돌파한 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주요 냉면집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1만원을 훨씬 뛰어넘어 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곳들은 냉면 한 그릇을 1만4000원~1만5000원 수준에서 팔고 있다.
다른 외식비도 큰 폭으로 올랐다. 7월 기준 서울 지역 김치찌개 백반과 김밥의 평균 가격은 8192원, 3462원인데 3년전과 비교하면 18.33%, 26.76% 가격이 올랐다. 자장면은 3년전 5462원에서 7308원으로 33.8% 가격이 뛰기도 했다.
◆차례상 비용 30만원 안팎…채소가격 급등 전년比 9.0% 상승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은 껑충 뛴 차례상 차림 비용에 근심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년대비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의 품목별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인 기준으로 추석 차례상을 차릴 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년대비 9.1% 오른 28만7100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품목 28개 중 23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도라지, 고사리, 곶감, 대추, 밤 등은 1년 전보다 20% 이상 가격이 올랐고 수산물과 가공식품 중에선 수입산 동태포(+11.9%), 약과(17.2%), 유과(+21.3%)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물가정보는 지난달 29일 전통시장을 이용해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릴 경우 30만25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대비 2.1% 감소한 가격이다.
채소 가격 변동이 심한 가운데 성수품에 사용되는 과일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보니 차례상 비용 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엇갈리고 있지만 두 기관 모두 30만원 안팎으로 차례상 비용을 예측하는 등 차례상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추석 물가 안정에 성수품 추가 공급 등 총력전 전개
정부가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을 추가로 공급하고 할인지원 품목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추의 경우 정부 가용물량 공급을 최대한 늘리면서 농협과 산지유통인 등 민간 출하 물량도 늘리기 위해 출하장려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사과·배는 최근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공급 물량을 평시대비 3배 이상 확대하고, 계란도 추석 기간 중 수요 증가에 대비해 농협 보유물량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할인지원 대상 품목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 할인 지원 대상은 배추, 무, 사과, 배, 마늘, 밤, 대추, 계란, 오이, 애호박, 청양고추, 닭고기, 얼갈이 열무, 부추 등 15개 품목이다.
또 전통시장에서는 품목과 관계없이 농축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농할상품권을 30% 할인 판매하고,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00억원을 투입해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 행사를 추진한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주말부터 성수품 구매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품목별 수급 및 가격 동향을 면밀히 살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정되도록 관리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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