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 문제로 정치적 동지였던 야코프 밀라토비치(37) 대통령과 밀로코 스파이치(36) 총리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지난 7일 에이플러스(Aplus) TV에 출연해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와 관계에 대해 거짓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권도형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된 날, 스파이치 총리에게 권도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며 “그날 당 회의가 있었기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파이치 총리는 현재 장관이 된 10명의 ‘지금 유럽'(Europe Now) 멤버들 앞에서도 권도형을 모른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와의 관계를 진실하게 밝히지 않아 둘 사이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권씨와 스파이치 총리는 ‘특수 관계’로 의심받고 있다.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가 창립한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 개인적으로 자금을 댄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스파이치 총리는 또한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씨와 따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에 대해 무수한 의혹을 낳았다. 당시는 권씨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시기였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밀라토비치 대통령과 미국 골드만삭스 출신의 전직 재무장관인 스파이치 총리는 정치적 동지였다.
몬테네그로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당기고, 고질적인 부패와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한 둘은 2022년 6월 ‘지금 유럽’을 창당해 지난해 4월 대선과 6월 총선에서 각각 대통령, 총리직에 올랐다.
‘지금 유럽’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권씨가 스파이치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1위를 차지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전체 의석 81석 중 24석 획득에 그쳤다.
결국 스파이치는 의회 과반 지지를 얻기 위해 친러시아·친세르비아 의원들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스파이치와 밀라토비치 간에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지난 2월 스파이치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유럽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 러시아, 세르비아의 이익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금 유럽’의 부대표직을 내려놓고 탈당했다.
최근에는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를 놓고 밀라토비치 대통령과 스파이치 총리 간에 갈등이 표면화됐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인사를 대사로 내정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서 걸맞지 않은 결정이라며 정부에 더 적합한 인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NYT는 “밀라토비치와 스파이치 간의 균열은 몬테네그로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구식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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