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 크리스텐센 스카이 공동창립자・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
룬 크리스텐센 창립자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과 전통금융 연결하는 관문 역할할 것”
정석문 센터장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강세 예상”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탄생한 비트코인(BTC)은 처음 의도와 달리 화폐의 기능보다 자산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 그 경향성은 더 심화되고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실물 자산을 담보로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해 새로운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디파이라마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700억달러(약 229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모두에서 수요가 증가하며 그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의 두 가지 모델: 중앙화와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 유지 방식에 따라 중앙화 모델과 탈중앙화 모델로 나뉜다. 테더(USDT)와 써클(USDC)은 중앙화 모델의 대표적 예로, 발행한 코인만큼 준비금을 은행에 예치한다. 반면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컨트랙트와 가상자산 담보 시스템을 통해 가격을 유지한다. 이들은 주로 과잉 담보화 방식을 채택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다.
과잉 담보화란 100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150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담보로 예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담보 가치가 떨어져도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이 과정을 자동으로 관리하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상환할 때마다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메이커다오(MakerDao)의 다이(DAI)다. 최근 메이커다오는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사명은 스카이(SKY)로 변경됐고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USDS 출시를 발표했다. 기존 DAI와 MKR 토큰은 유지되며, 사용자가 원할 경우 USDS와 SKY로 전환할 수 있다.
블록미디어는 6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4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룬 크리스텐센(Rune Christensen) 스카이 공동설립자와 정석문(Peter Chung)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Q.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모델이 더 효과적일까?
룬 크리스텐센: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결제 수단으로 적합하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실물 경제의 법적 요건과 규제에 크게 의존하기에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기관이 법적 문제나 규제에 직면하면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운영 주체 없이 자동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예가 다이(DAI)다. 해당 모델은 블록체인상에서 작동하기에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거래 내역과 자산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 생태계가 낯선 일반 대중에게는 그 개념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될 USDS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USDS는 다이(DAI)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USDS는 미국 달러 소프트 페깅(Soft Pegging, 1달러 안팎에서 작은 변동을 허용하는 가치 고정 방식)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 이름에 USD를 넣어 미국 달러와 연관이 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정석문: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미국 달러’ 기반의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기에 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들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테더와 써클의 성장은 시장의 수요가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은 그 장점과 효용성이 대중에게 이해되고 친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다수의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시작 단계에 놓여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프로젝트가 발전하고 사용성 또한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Q.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활용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석문: 그렇다.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 저장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결제 수단으로는 변동성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2010년 플로리다에서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한 사례는 오늘날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자 구매 당시 비트코인 1만개의 가격은 41달러였으나, 9개월이 지난 2011년에 비트코인 1만개의 가치는 1만달러로 상승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한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를 자주 접할 기회가 적어 그 사용 빈도가 낮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처럼 자국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시스템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은 최근 USDC를 자사의 결제 시스템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USDC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국가에서 결제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거로 보인다.
룬 크리스텐센: 정 센터장의 이야기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지금보다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석문: 동감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시스템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중개자’ 중심의 금융 체제보다 훨씬 더 탄력적이고 투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미국의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미 국채 매입을 줄여왔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만약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부족해지면 이는 국채 수익률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할 가능성을 초래해 금융 시장에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미 국채 수요 증가는 달러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국채 수익률 상승을 억제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 금융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USDC와 USDT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전 세계 16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도 많고 노르웨이보다는 약간 적은 수준이다. 이를 본다면 스테이블코인은 현재도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전통금융과의 조화에도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가격 페깅 깨짐, 담보 자산 문제 등 여러 리스크가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리스크는 뭐라고 생각하나?
룬 크리스텐센: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인 리스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만 담보 자산과 관련된 금융적, 법적 리스크는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외부의 충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자체의 안정성도 중요한 요소다. 현재 디파이 거버넌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소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향후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누구나 쉽게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거버넌스를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석문: 룬이 언급한 내용은 주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것이지만 전체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보면 두 가지 주요 리스크가 있다. 첫째, 담보 자산의 가치 리스크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법정화폐나 자산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담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투명성이 부족하면 페깅이 깨질 위험이 있다.
둘째, 차익 거래(Arbitrage) 리스크다.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날 때 차익 거래를 통해 그 차이를 빠르게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1달러로 돌아오지 않고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두 가지 리스크는 스테이블코인의 중앙화 여부와 관계없이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룬 크리스텐센은 디파이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메이커다오를 설립하고, 디파이 시스템을 구축해 스테이블코인 DAI를 운영해 왔다. 정석문 센터장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트 스위스, 노무라 증권 등 전통 금융권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 정 센터장은 지난 2018년 코빗에 합류해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뒤 지난 4월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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