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몬테네그로에서 야코브 밀라토비치 대통령과 밀로이코 스파이치 총리가 갈등하고 있다. 갈등이 증폭된 원인으로 몬테네그로에 구금된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테라폼랩스 전 대표 권도형(32)과 관계성이 지목받고 있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비예스티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와 관계를 진실하게 설명하지 않아 신뢰를 훼손했다”며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지난해 취임한 둘은 임기 초 친(親)서방 기조와 부패와 범죄 근절이라는 목표 아래 단결해 왔다.
이틀 전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한 TV에서 지난해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되던 날 스파이치 총리는 현재 장관이 된 여당 ‘지금 유럽(Euorpe Now·PES)’ 당원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진술했다며 진실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스파이치 총리는 권씨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송 과정에서 공개한 문서에는 초기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권씨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며 초기 투자는 자신이 일했던 싱가포르 투자 펀드를 대신해 투자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권씨와 관련한 일로 스파이치 총리를 향한 믿음이 깨진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계속 갈등을 빚다 지난 2월 지금 유럽을 결국 탈당했다.
그 과정에서는 친서방 기조에서 러시아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갈등을 부추겼다.
의회 다수당을 형성하기 위해 친러시아 정파에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몬테네그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러시아 정보 요원과 협력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노골적인 친러시아 세력이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스파이치 총리가 근절한다던 정치적 후견주의에 다시 빠져들어 러시아와 세르비아 이익을 위해 몬테네그로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몬테네그로가 EU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한 비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지금 유럽은 밀라토비치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깨고 있다며 국정을 분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현지 매체 포베다 등에 따르면 권씨 사법절차를 관리했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의 미국 송환을 방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스파이치 총리가 형량이 무거운 미국 대신 한국으로 가기를 원하는 권씨와 한뜻으로 한국행 범죄인 인도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환 국가 선택 문제로 밀로비치 전 장관은 스파이치 총리와 충돌한 끝에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몬테네그로 총리실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SEC는 지난해 2월 권씨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 달러(약 53조7880억원) 규모 손해를 끼쳤다며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증권법·증권거래법상 미등록 증권 권유 판매 등 혐의로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해외로 출국해 도피 생활을 해왔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고, 현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는 형기를 마쳤지만 금융 사기 혐의를 수사하던 한국과 미국 정부가 동시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서 어느 국가로 보내질지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권씨와 함께 도주한 측근 한창준(37)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 2월 한국으로 송환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한씨를 두고는 미국 측 범죄인 인도 요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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