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올해부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한빗코가 ‘대중적 거래소’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최근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두고 ‘고인물’이 돼버렸다는 자조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기존 투자자들끼리 서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고인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여러 악재들 사이에서 한빗코는 크립토 대중화 전략을 타개책으로 내세웠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크립토 유저(User)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중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빗코 본사에서 김성아 대표를 만나 올해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기반 튼튼”… 인프라 구축에만 1년 소요
2018년 3월에 설립된 한빗코는 전통 금융권 출신 경영진으로 구성돼 업계 이목을 끌었다. 메릴린치(Merrill Lynch), JP모건 등 전통 금융권을 비롯해 대형 비트코인 거래소, IBM 개발자 등 글로벌 경력자들이 탄탄한 한국 거래소를 만들겠다며 똘똘 뭉쳤다.
올해부터 한빗코를 이끌게 된 김성아 대표 또한 파생상품 트레이더 출신이다.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에서 PM(Product Manager)으로 활동하며 본격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트레이딩 투자회사인 엘조비(ELJOVI) 파트너, 한빗코 상무 등을 역임했다.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실제 거래소를 내놓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김 대표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준비했다”며 “거래를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마케팅이나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서버 확장과 보안이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의 거래를 언제든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서버를 크게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직접 개발자를 유치해 서버 구축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한빗코 자체 보안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 ISO27001부터 획득했다”며 “최소 보안 인증을 받아야 고객들의 돈을 받을 자격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공인 인증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는 심사가 끝나고 후속 조치 단계에 있다.
◆ 살아남을 전략은 ‘대중화’…대규모 상용화 이뤄내야
하지만 지난 1년 간 한빗코의 입지는 약했다. 거래소 운영을 시작한 지난해 3월은 강세장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1세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미 빗썸,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었고, 단기적 수익을 쫓는 사람들만이 무료로 코인을 배분하는 각종 이벤트성 거래소에 몰렸다. 한빗코만의 색깔을 지닌 ‘리브랜딩’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빗코는 ‘대중적 거래소’를 새로 나가야 할 방향으로 선정했다. 김 대표는 “사용자 친화적(User Friendly) 거래소로 나아가고자 여러 계층의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디자인이 개편되고 여러 프로젝트들의 암호화폐가 상장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고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된 사용자 환경(UX)과 인터페이스(UI)가 상반기 내 도입된다”며 “상장 절차도 간편화해 앞으로 신속하게 좋은 프로젝트들의 코인이 상장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빗코는 프로젝트 검토 절차를 매뉴얼화하고, 선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 또한 자체 프로그램으로 구축했다.
신규 고객 유치에도 힘쓴다. 크립토(crypto) 업계가 아닌 산업 분야들과의 협력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크립토 산업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크립토와 관련 없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이분들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예를 들자면 대형 뮤직 페스티벌 관계자들과 만나 공연장에서 크립토를 대중에게 알리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성아 대표는 지난해 UN 컨퍼런스의 블록체인 세션 ‘체인액션 무브먼트(ChainAction Movement)’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유엔과 블록체인 업계 간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고,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관리 플랫폼인 템코(TEMCO) 등 37개 블록체인 기업들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크립토 산업이 성장하려면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신규 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크립토가 아닌 다른 분야 업계와의 접촉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거래소 회원사 21개 곳 가운데 김성아 대표는 유일한 여성 CEO다. 김 대표는 이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업계에 참여해야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이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고, 거래소 비즈니스도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암호화폐 시장, 고인물 벗어나려면 정부 규제 해결돼야
정부 규제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시중은행의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확인 계좌 발급이 1년째 재개되지 않고 있다.
김성아 대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거래소 사기, 자금세탁 문제 등은 규제가 없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법인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벌집계좌’를 활용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벌집계좌는 법인계좌 아래 여러 개인계좌를 두고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ISMS 인증을 받으며 투명한 운영을 시도하는 거래소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거래소로 알려지거나 블록체인 협회에서 활동한 거래소들은 은행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어 은행 계좌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빗코가 다양한 크립토 대중화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정부 규제가 결국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는 투명한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거나 일본처럼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바르게 운영하고자 하는 거래소들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움직임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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