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 상승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반감기 이벤트가 올해는 예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그 공식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트레이더 렉트캐피털은 10일(현지 시각) X(트위터)를 통해 과거 반감기 이후의 가격 움직임을 언급하며 이번 사이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2015~2017년 사이클에서 반감기 이후 518일이 지난 시점에 정점을 기록했고, 2019~2021년 사이클에서는 반감기 546일 후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만약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번 비트코인의 정점은 반감기 이후 518~546일 사이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 과거 동일한 시점과 비교했을 때 이번 반감기에서 예상됐던 가격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웃라이어 벤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반감기 후 125일이 지난 시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첫 반감기 때는 비트코인 가격이 약 12달러에서 125일 동안 8배 이상 상승해 104달러를 기록했으며, 2016년과 2020년 반감기에서도 각각 10%와 22%의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같은 125일이 지난 시점에서 오히려 8% 하락했다.
아웃라이어 벤처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스퍼 드 마에레(Jasper De Maere) 아웃라이어 벤처스 분석가는 “2017년에는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보상을 매도했을 때 시장 거래량의 1%에 해당하는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그 영향이 0.17%에 불과하다”며 “이는 채굴자의 비트코인 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미미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뉴욕디지털인베스트먼트그룹(NYDIG)도 지난 6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과거 반감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 사이클에서는 반감기 시기에 비트코인 외에 새로운 내러티브가 등장했지만, 이번 주기에서는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내러티브가 등장하지 않으면 마지막 투기적 단계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여러 차례의 사이클에서는 반감기와 함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 토큰공개(ICO) 등이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재스퍼 드 마에레 분석가는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사이클을 살펴보면, 반감기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마지막 시기는 2016년이었다”며 “2020년의 비트코인 상승은 반감기 영향이 아니라 코로나19 대응과 그로 인한 화폐 발행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4년 주기에 의존하기보다 거시 경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꾸준히 상승해온 만큼, 반감기 이후의 가격 상승폭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반감기가 있었던 해의 4분기부터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해, 다음해 4분기에 정점을 찍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한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0일, 채굴자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적용됐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블록 보상은 50BTC였으나, 네 번의 반감기를 거친 현재는 3.125BTC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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